미국에 본사를 둔 유망 K-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증시 입성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대형사와의 파트너십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둔 이들 기업이 성장 자금 조달 통로로 국내 자본시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인제니아)를 비롯해 브리즈바이오, 이노크라스 등 미국 법인을 본사로 둔 한국계 바이오기업들이 코스닥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인제니아는 이달 말 일반청약을 앞두고 있고, 브리즈바이오와 이노크라스는 각각 최근 기술성평가를 통과했거나 신청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들 기업은 비상장 단계에서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 성과를 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혈관질환 항체 신약 개발사인 인제니아는 기술이전한 안과질환 신약 후보물질을 MSD가 글로벌 임상 3상 중이다. 고분자 기반 유전자 전달 플랫폼을 보유한 브리즈바이오는 로슈 자회사 제넨텍과 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상태다. 유전체 분석 기업 이노크라스 역시 비공개 글로벌 제약사가 전 세계 3개 업체만 선정한 파트너사에 포함돼 전장유전체 시퀀싱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기업들이 국내 상장을 선택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거점과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본시장 규모가 작고, 최근 바이오 업종 투자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 증시를 선택한 이유에 초점이 맞춰진다.
자본시장에선 미국 거점 구축이 글로벌 사업화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내 투자업계는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의 연구 인프라와 인재, 글로벌 제약사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기업 대표들 역시 투자자를 확보할 핵심 무기가 '미국에서 통하느냐'인 만큼, 미국 거점을 기반으로 한 사업 성과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초기 바이오기업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국내 제도 역시 코스닥 상장 선택 요인으로 작용했다. 나스닥은 최근 투자자들이 후기 임상 진척이나 매출, 충분한 자금 여력 등을 갖춘 기업을 선호하면서 초기 바이오기업의 공모 성사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반면 코스닥은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당장 매출이 없거나 임상 초기 단계라 해도 기술성과 사업성을 앞세워 상장에 도전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기술과 사업을 키우고 국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가 한국계 바이오벤처의 새로운 성장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해당 기업들의 초기 성장을 뒷받침한 자금 상당수는 국내 자본이다. 이노크라스의 경우 삼성과 현대, 코오롱 등 국내 대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했고, 인제니아 역시 시리즈 단계 투자에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주를 이뤘다.
브리즈바이오는 미국 벤처캐피탈 세쿼이아캐피탈이 시드 단계부터 투자하고 일라이릴리가 시리즈A부터 주주로 참여했지만, 국내 자본의 비중도 적지 않다. 한국투자파트트너스와 데일리파트너스,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이 초기부터 투자했고, 최근 투자 라운드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기관이 주도했다.
국내 바이오 업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유망 기업의 국내 상장을 유도하려는 한국거래소의 노력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한상열 인제니아 대표는 "일부 개인투자자를 제외하면 투자자 대부분이 한국 자본인 만큼 상장을 통해 국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한국거래소 역시 진정성 있게 회사의 국내 상장 유치를 위해 노력해줬고, 개인적으로도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성공적인 사업 모델과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