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강직으로 수술만 18차례 받으면서 도수치료를 주 3회씩 7년간 병행했습니다. 그 덕분에 다리가 펴지고, 목발도 짚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도수치료를 못 받게 돼 참담합니다. 국가가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바지를 걷어붙인 남주성씨가 기자들에게 이렇게 호소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남씨는 서울특별시의사회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 제4호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 조항에선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한 의료 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관리급여 지정 사유로 규정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7월1일부로 '관리급여 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선별급여 제도 내 '관리급여'란 새로운 유형을 신설하고, '선별급여 지정 및 실시 등에 관한 기준' 고시를 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인부담률이 95%로 높은 항목을 신설해 관리급여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존 비급여 항목이었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 항목으로 새롭게 분류되면서 환자는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한 1회당 4만3850원의 통일된 금액으로 치료받게 됐다. 다만, 인정 횟수는 주 2회, 연간 총 15회로 제한되며, 수술·골절 등으로 관절 구축·강직의 뚜렷한 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의사의 판단에 따라 예외적으로 연간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연간 24회 이상 도수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 기회를 박탈한 셈이란 지적도 이어진다. 이날 남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무릎 강직과 통증으로 단 몇 걸음조차 걷기 힘들었고, 무릎 신경이 손상당해 다리를 수개월 동안 들 수조차 없었다. 그는 "밤마다 뼈를 깎는 고통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고, 무릎 강직으로 다리를 펼 수 없어 2년간 목발을 짚으나 척추·등·목이 휘고, 무릎 주변 조직은 굳어갔다. 다행히 도수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다리가 펴졌고, 목발을 짚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치료받을 권리'를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달 1일 정부가 시행한 관리급여 제도로 도수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게 됐다. 내 돈 내고 치료받고 싶어도 의사가 처방할 수 없도록 막혔다"고 호소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환자의 질환 정도와 치료 경과, 연령, 기저질환 등 개별적인 의학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이용 제한은 국민이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선택하고 받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헌법소원은 관리급여 제도의 법적 근거가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하고,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도수치료의 횟수 제한 정책에 대해 의사집단에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하는 의사의 전문적인 임상 판단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제도는 행정 편의나 비용 통제만을 기준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 등 비판이 제기돼왔다.
황 회장은 "정부가 비용, 이용 횟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동일한 질환을 가진 환자라도 각자의 상태와 치료 필요성에 맞는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건강권과 치료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형 종합병원이 부족한 지역의 환자에게는 도수치료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인데도 도수치료가 간절한 환자에게 정부가 1년에 15번, 특수한 경우에도 24번을 넘겨 치료받지 못하게 강제해 치료받고 싶어도 치료받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정부가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시행령만으로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필요한 의료에 접근할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판단을 구하려 한다"고 청구 배경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