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켜고 잤더니 아침마다 허리가 '뻣뻣'…문제는 냉방 아닌 '이것'

홍효진 기자
2026.08.08 10:00

고령화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266) 열대야 속 척추 건강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를 연재합니다. 100세 고령화 시대 건강관리 팁을 전달하겠습니다.
이학선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사진제공=바른세상병원

최근 허리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 중 "밤새 잠을 설친 다음 날이면 허리가 더 아프다"거나 "더위를 피해 거실 바닥에서 잤더니 허리를 펴기 힘들어졌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적잖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시기엔 수면 부족과 잘못된 수면 환경이 허리 통증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밤에도 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로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다가 여러 번 깨는 날이 반복돼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평소보다 허리가 뻣뻣하거나 통증이 심해졌다면 단순히 잠을 설친 탓으로만 넘겨선 안 된다. 최근 연구에선 수면 부족이 통증을 더 민감하게 만들고 근골격계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단 근거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어, 열대야와 척추 건강의 연관성도 주목받고 있다.

수면은 척추와 관절이 하루 동안 받은 부담을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잠을 자는 동안 근육과 인대는 긴장을 풀고 추간판(디스크)은 낮 동안 압박받으며 감소했던 수분을 다시 흡수해 기능을 회복한다. 또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여러 생리작용도 수면 중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깊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이 회복 과정이 원활하지 못해 조직 회복이 늦어진다. 이에 따라 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다음 날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만성 요통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열대야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이미 통증에 민감해진 상태에서 수면 부족까지 더해지면 같은 움직임이나 자세에서도 평소보다 통증을 심하게 느끼기 쉽다.

실제 만성 척추 통증 환자 대상의 여러 연구에선 수면의 질이 낮을수록 통증 강도와 일상생활의 기능 저하가 심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부족한 수면이 다시 통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열대야엔 무의식적으로 뒤척이는 횟수도 늘어난다. 평소보다 자주 자세를 바꾸거나 허리가 비틀린 상태로 장시간 누워있으면 아침에 허리가 뻣뻣하거나 엉덩이와 다리까지 저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찬 바람을 허리나 목으로 직접 쐬면 근육이 긴장하고 경직돼 기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냉방 자체가 척추질환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척추 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을 악화시키는 환경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폭염으로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더위를 피해 실내에서만 생활하거나 움직임이 줄어들면 척추를 지지하는 코어(중심) 근육은 점차 약해지고 관절은 쉽게 굳는다. 통증이 있다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외려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 무리한 운동보단 아침이나 저녁처럼 비교적 기온이 낮은 시간에 걷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척추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숙면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 온도는 24~26℃를 유지하고 찬 공기가 허리나 목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잠들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며 수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열대야는 피하기 어렵지만 수면의 질은 관리할 수 있다. 올여름 아침마다 허리가 유난히 뻣뻣하거나 평소보다 통증이 심해졌다면 지난밤의 수면 상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척추 건강은 낮에 하는 운동만큼이나 밤 동안 얼마나 충분히 회복했는지에 따라서도 좌우될 수 있다.

외부 기고자-이학선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