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 피우지 마!" 훈련 투입된 병사, 콜라색 소변…투석 부른 '이 병'

정심교 기자
2026.08.11 17:35

[정심교의 내몸읽기]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7월21일 해병대교육훈련단이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IBS 해상 페달링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6.7.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경북 포항의 해병대 병사가 무더위에 훈련받다가 열사병으로 인한 '횡문근융해증'을 진단받았는데도 훈련 투입을 강요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 병을 방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이 병은 평소 건강했던 젊은 층에서도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과연 이 병의 정체는 뭘까.

횡문근융해증은 외상·운동·수술 등으로 근육에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근육이 썩어(괴사) 세포 안에 있는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A 병사가 겪은 대로 열사병, 과도한 운동 모두 횡문근융해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외상 후 근육 손상, 악성 고열증, 감염이나 대사성 질환(저인산혈증, 중증 갑상선기능 저하증), 독소(알코올·코카인·헤로인·암페타민·엑스터시 등), 약물(스타틴·피브레이트·신경이완제) 등도 이 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근육이 썩으면 근육세포에서 독성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근육세포에서 나오는 크레아티닌 키나아제(Creatinine kinase) 같은 근육 효소의 혈중 농도가 상승해 근육 통증을 유발한다. 또 근육세포에서 나온 미오글로빈이 소변으로 나오면서 소변 색깔이 콜라 색을 띠거나 빨간색·갈색을 보이기도 한다.

횡문근융해증 환자의 소변색. /사진=서울아산병원

썩은 근육세포에서 만들어진 독성 물질은 몸속 순환계로 유입되면서 콩팥의 필터 기능을 크게 떨어뜨린다. 급성 세뇨관이 썩고, 콩팥 기능이 멈추는 신부전증도 일으킨다. 근 손상이 심한 경우 근육 쇠약이 나타나기도 한다. 근육에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근육 약화 △근육 통증 △부종 △근육 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되면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부전, 신세뇨관 괴사 등의 합병증을 막기 위해 수액을 투여해 마이오글로빈을 콩팥 밖으로 빠르게 내보내야 한다. 고칼륨혈증·저칼슘혈증 등 전해질 불균형 상태도 교정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콩팥 투석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런 환자가 치료받더라도 예후는 콩팥의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신부전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상태가 심하지 않거나 질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만 이뤄지면 수주 내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근육통·피곤함이 계속될 수는 있다.

이 병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구획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몸의 팔다리는 근육 몇 개가 한 덩어리를 이루는데, 이게 '구획'이다. 구획증후군은 여러 이유로 부종이 심해질 때 근육 구획 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그곳의 동맥을 누르고 말단부 혈액 공급을 차단해 4~8시간 안에 구획 내 근육과 기타 연부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구획증후군은 체액이 정체된 후 부종이 혈관·신경을 압박해 팔다리·근육 부종을 악화한다. 또 다리에 구획증후군이 생기면 횡문근융해증을 새롭게 유발할 수 있다. 구획증후군이 나타나면 근막을 잘라내는 수술(근막절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근육 외 부위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는 △대사 이상(저인산혈증·고칼륨혈증 등) △급성 신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이 구획증후군으로 진행해 근막절개술을 시행한 모습. /사진=서울대병원

앞서 10일 뉴시스에 따르면 포항 해병대 제1사단 예하 부대 소속 A 병사는 지난달 2일 오후 3시께 매주 실시되는 체력단련 단체구보에서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약 7㎞ 구보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A 병사의 체온은 40.6도에 달했고 군 병원에서는 열사병과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내렸다.

A 병사는 이후 외부 병원에서 약 12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의료진은 외부 활동과 훈련을 자제해야 한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A 병사는 12일간의 외부 입원 치료 후 같은 달 17일 부대에 복귀했고, 25일에 있을 대대훈련 전 의료진의 소견서를 소대장에게 제출하면서 "다리가 아프고 체력이 따라가지 않는다"며 훈련 열외를 요청했다.

A 병사 가족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대훈련 훈련 열외 요청에 대해 "중대장이 엄살 피우지 말라"며 훈련 참가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A병사는 대대훈련에 참여했고, 훈련 당시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차에서 두 차례 휴식을 취했다. 7월25일 당시 해병대 1사단이 위치한 포항에는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된 상태로 체감온도는 37도에 달했다.

이후에도 훈련을 이어갔고 훈련 1차 종료인 30일, 콜라색 소변 증상을 보여 군 병원 진료를 받은 결과 횡문근융해증이 재발한 것으로 진단됐다. A병사는 현재 외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상태에서 휴가를 내고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은 열사병 이후 콩팥 기능이 나빠져 투석까지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발병 경위와 전반적인 환자 관리 실태, 훈련 참여 과정의 적절성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에 의거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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