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이 국내 독점 권리를 확보한 비만신약 '보팡글루타이드'(bofanglutide·GZR18)가 유럽에서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JW중외제약이 올해 4월 국내 도입을 결정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대규모 글로벌 계약이 추가되면서, 회사 신약 도입 전략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Gan & Lee Pharmaceuticals)는 최근 이탈리아 제약사 메나리니 그룹에 보팡글루타이드의 유럽 지역 비만·과체중 적응증 독점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7억2600만유로(약 1조2000억원)다.
메나리니는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6200만유로(약 1013억원)를 지급하고, 향후 연구개발과 허가·상업화·판매 단계에 따라 최대 6억6400만유로(약 1조850억원)의 기술료(마일스톤)를 지급한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연간 순매출에 따라 최대 두 자릿수 비율의 경상기술료(로열티)도 별도로 지급할 예정이다.
계약 대상 지역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 발칸 지역 등 총 39개 국가·지역에 달한다. 다만 이번 계약은 비만·과체중 적응증에 한정되며, 해당 지역에서 다른 적응증에 대한 권리는 간앤리가 유지한다.
이번 대형 기술수출은 국내에서 보팡글루타이드의 개발·상업화를 맡고 있는 JW중외제약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JW중외제약은 앞서 간앤리와 총 8110만달러(약 1150억원) 규모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보팡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독점 개발·허가·마케팅·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계약금은 500만달러, 단계별 마일스톤은 7610만달러로, 비만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등 총 4개 적응증이 계약에 포함됐다.
특히 JW중외제약이 국내 권리를 확보한 이후 글로벌 임상 성과와 해외 기술수출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 도입 당시 약 1200억원 규모로 평가됐던 자산이 유럽 비만 적응증만으로 1조원대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보팡글루타이드의 글로벌 사업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과 유럽은 시장 규모와 계약 대상 적응증이 달라 계약금액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보팡글루타이드의 임상 경쟁력도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간앤리가 최근 공개한 중국 비만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640명의 과체중·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2주에 한 번 투여한 결과, 52주 후 24㎎과 48㎎ 투여군에서 각각 평균 15.12%, 18.54%의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위약군은 1.11% 감소에 그쳤다. 48㎎ 투여군에서는 환자의 98.1%가 기저치 대비 5% 이상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
미국에서도 마운자로 성분인 '터제파타이드'와 직접 비교하는 임상 2상이 진행됐다. 공개된 주요 결과에서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비만 환자의 36주 체중 감소율은 보팡글루타이드 48㎎군 15.18%, 터제파타이드 15㎎군 16.93%로 나타났다. 간앤리는 중국 비만 임상 3상과 미국 임상 2상이 모두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보팡글루타이드의 가장 큰 차별점은 '2주 1회' 투여다. 현재 글로벌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가 주 1회 주사제인 것과 비교하면 투약 횟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간앤리는 장기적으로 투약 간격을 더욱 늘리는 월 1회 요법에 대한 임상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올해 하반기 보팡글루타이드의 비만과 제2형 당뇨병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자체 신약 개발과 함께 '리바로', '악템라', '헴리브라' 등 글로벌 유망 신약을 국내에 도입해 성장시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보팡글루타이드 역시 이 같은 라이선스-인 전략을 통해 확보한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럽 계약을 계기로 보팡글루타이드가 단순히 중국 내 개발 중인 비만 신약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후기 임상 자산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규모 유럽 라이선스 계약까지 성사되면서 JW중외제약이 국내 권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판단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보팡글루타이드가 유럽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은 해당 신약후보물질의 글로벌 경쟁력과 사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국내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보유한 만큼,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데이터와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개발과 허가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