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아 복용을 금지한 설사약에 대해 대국민 복약정보 서비스 'e약은요'가 여전히 어린이 복용량을 안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가사항을 변경한 지 석 달이 넘도록 안내를 수정하지 않은 것이다. 코 분무제와 감기약 등에서도 허가사항과 다른 어린이 사용 연령과 복용량을 안내한 사례가 확인됐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실이 의약품안전나라의 e약은요 정보와 허가사항을 대조한 자료에 따르면 스멕타이트 성분 설사약인 대웅제약 '스타빅현탁액', 대원제약 '포타겔현탁액', 삼아제약 '다이톱현탁액', 일양약품 '슈멕톤현탁액' 등 4품목에 소아 복용량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식약처는 지난 7월6일 이들 제품의 허가사항을 변경해 소아 복용을 금지했다. 현재 의약품안전나라에 게시된 사용상의 주의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은 이 약을 복용하지 말 것'의 첫 번째 대상으로 '소아'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같은 품목 화면 위쪽의 e약은요에는 '24개월 이상 소아의 급성 설사에 사용한다'는 설명이 남아 있다. 복용 방법도 '24개월 이상 소아는 3일 동안 하루 6~9g을 3회 분할 복용하고 이후 4일 동안 하루 6g을 3회 분할 복용한다'고 안내한다. 주의사항에서는 복용 금지 대상을 '24개월 미만 소아'로 한정했다. 소아 전체로 확대된 금기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허가사항 변경 이후 석 달 넘게 상충하는 안내가 함께 게시된 셈이다. e약은요에 표시된 수정일자는 스타빅이 2021년10월1일, 다이톱과 슈멕톤은 2021년1월29일이다. 포타겔은 올해 6월9일 수정됐지만 이후 이뤄진 소아 복용 금지 변경은 반영되지 않았다.
e약은요는 일반 소비자가 의약품 정보를 쉽게 이해하도록 마련한 일반의약품 개요 정보다. '이 약의 효능은 무엇입니까', '이 약은 어떻게 사용합니까' 등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효능과 복용법, 주의사항을 설명한다. 전문적인 허가 문서를 읽기 어려운 소비자에게 쉽게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가 최신 허가사항과 어긋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아 사용 연령을 다르게 안내한 사례는 다른 일반의약품에서도 확인됐다. 한림제약의 코 분무제 '시너스비액'은 허가사항에 만 7세 미만 사용 금지가 명시돼 있지만 e약은요에는 만 2세 이상~7세 미만의 사용량이 기재돼 있다. 광동제약 '광동탕엠액'은 허가사항상 만 2세 미만에게 투여하지 않도록 돼 있으나 e약은요에서는 만 1세 이상~3세 미만에게 1회 4분의 1병을 복용하도록 안내한다. 이 제품의 e약은요 수정일자는 지난달 16일이다.
허가된 용법·용량에서 어린이 복용량이 빠졌는데도 e약은요에 남아 있는 제품도 있었다. 감기약 '신한방화콜캡슐'과 '아웃콜목골드캡슐', 멀미약 '디멘정'과 '자메인정' 등은 허가 용법에 만 15세 이상 용량만 기재돼 있지만 e약은요에는 그보다 어린 연령의 복용량이 제시돼 있다.
투여량이나 제형을 잘못 안내한 사례도 확인됐다. 녹십자 '콜록키즈이부펜시럽'의 e약은요에는 성인 하루 최대 투여량이 4200mg으로 기재돼 있다. 허가사항의 성인 하루 최고 투여량인 3200mg보다 1000mg 많다. 대원제약 '콜대원키즈콜드에스시럽'은 액상 제품인데도 e약은요의 복용법 첫 문장이 '성인은 1회 2정씩, 어린이는 1회 1정씩'으로 시작한다. 시럽의 복용 안내에 알약 단위가 들어간 것이다.
임신부 관련 금기사항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은 사례도 의원실 자료에 포함됐다. 니푸록사지드 성분 설사약인 '샤젠캡슐', '레피즈캡슐', '엔터폴캡슐' 등은 허가사항상 임부·가임 여성의 복용이 금지돼 있지만 e약은요에서는 상담 안내로 제시됐다. '트레스오릭스포르테캡슐'은 임부와 2세 미만의 복용 금지 문구가 빠져 있었다.
e약은요 화면에는 모든 의약품 정보를 담고 있지 않으므로 상세 정보를 참고하라는 설명과 함께 '본 정보는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그러나 복용 대상과 용량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서비스인 만큼 허가사항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의 잘못된 복용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약처는 2020년 이 서비스를 민간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널리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홍보했다. 의원실이 제시한 API 활용 신청 건수는 5506건이다. 의약품안전나라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외부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어 원천 정보의 정확성과 갱신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소희 의원은 "식약처는 석 달 전 설사약 4종을 소아 복용 금지로 바꿔 놓고도, 국민이 보는 e약은요에는 여전히 아이 복용량을 안내하고 있다"며 "아이에게 먹이면 안 되는 약이 된 줄도 모르는 셈이니, 이건 e약은요가 아니라 'e약 몰라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식약처가 정보비대칭을 줄이겠다며 만든 서비스가 해열진통제의 성인 하루 최대 투여량을 허가보다 1000mg 많게 적는 등 오히려 틀린 복약 정보를 주고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따져 묻고, e약은요 전체를 최신 허가사항과 전수 대조해 바로잡도록 제도개선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