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깜빡깜빡' 나이 들어 그래" 방치했다간…치매 골든타임 놓친다

정심교 기자
2026.10.12 18:22

[정심교의 내몸읽기]

올해 치매환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치매로 가는 길목'으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에서의 조기 진단·관리 중요성이 강조된다. 명칭 그대로 '경미한 인지장애'여서 관리만 잘하면 치매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지만 방치하면 치매로 진행할 수 있다.

12일 김민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에 놓인 질환으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이 뚜렷하게 감퇴했지만,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능력은 보존된 단계"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수는 2025년 기준 약 298만명으로 추정된다. 고령화로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수는 지금보다 늘어 2040년께 500만명을 돌파(504만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일반 고령층보다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훨씬 크다. 매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치매로 진행한다. 김 교수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은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병이 이미 진행되고 있을 수 있어, 빨리 진단해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도인지장애의 증상으로는 인지 기능 저하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난다. 일부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했던 말을 자주 반복하는 등의 기억력 감퇴가 대표적이다.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지 않고 이름·단어 등을 자주 떠올리지 못하는 등 언어 능력이 떨어지거나, 방향 감각이 감퇴할 수 있다. 길 찾기가 다소 어려워지고 시공간 능력 변화 등 다른 인지 기능이 먼저 저하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게 '건망증'과 구별하는 것이다. 건망증의 사전적인 의미는 '원인과 관련 없이 기억이 나지 않는 증상'을 가리킨다. 이와 달리 '인지 장애'는 기억력뿐만 아니라 다른 시공간 능력, 추리 능력, 언어력 등이 저하되는 상태를 포함한다.

건망증일 땐 사소한 일이 기억나지 않아도 힌트를 주면 바로 기억해 낼 수 있다. 경험의 일부를 잊어버려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기억할 수 있다. 반면 경험한 사실을 잊거나, 옆에서 힌트를 주더라도 기억해 내지 못한다면 경도인지장애·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정상 노화와 치매의 진행 속도 그래프.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단계가 경도인지장애다. /자료=대한신경정신의학회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하려면 객관적인 인지기능의 저하를 확인하는 신경 심리검사가 필요하다.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혈액검사와 뇌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뇌에 쌓이는 치매 원인 물질 중 하나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얼마나 쌓였는지를 확인하는 영상 검사다.

경도인지장애의 치료·관리는 원인을 찾고 교정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관리해 치매로 진행할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다. 규칙적인 운동과 생선·채소를 골고루 먹는 건강한 식습관, 사람들과의 소통을 유지하는 생활패턴이 치매 예방에 도움 된다. 부지런히 읽고 쓰는 등 뇌를 자극하는 습관도 도움 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절주·금연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엔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적절한 약물치료 방법이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 등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이 확인되면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를 통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김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크지만, 관리만 잘하면 모든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다 진행하는 건 아니"라며 "최근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의 병리를 확인하고, 항체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생긴 만큼 경도인지장애를 일찍 진단받는 게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