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그리스 생명줄 긴급자금지원에 '도덕적 해이' 경고

김지훈 기자
2015.07.07 19:39

"ELA 지나치게 관대한 조항으로 금융기관 또는 정부의 도덕적 해이 조장"

유럽중앙은행(ECB)은 '도덕적 해이'를 목격하면 긴급유동성지원(ELA)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가 그리스 은행권의 생명줄인 ELA를 보다 팽팽히 틀어쥔 셈이다.

ECB는 7일(현지시간) '유로시스템 통화정책 운영의 금융 리스크(위험) 관리' 보고서를 통해 "ELA의 지나치게 관대한 조항들이 금융기관 또는 책임 있는 정부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LA의 목적은 상환 능력이 있지만 일시적 유동성 문제를 겪는 기관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블룸버그는 ECB가 사실상 ELA의 지원 조건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ECB는 과거 ELA에 대해 "지원대상은 상환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ELA는 유로시스템의 목적과 임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었다. 일각에서는 이날 ECB가 그리스에 대한 ELA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잠재적 선택지는 폐기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도덕적 해이' 문구는 그리스가 ECB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행 열차에 올라탄 가운데 제기된 것이다. 그리스는 오는 20일까지 ECB에 대한 35억유로 규모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그리스가 이 시점까지 구제금융 협상의 결실을 맺지 못하면 전면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그리스는 이미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약 15억유로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다.

ECB는 전날 그리스 정부가 요청했던 ELA 증액을 거부하고 담보 인정비율을 낮췄다. 이는 그리스에 대한 자금지원 조건이 강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 은행권이 받는 자금 압박은 한층 심각해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ECB가 전날 그리스에 대한 자금을 거둬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ECB의 ELA 상한 동결은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이 진행될 여지를 보장해 준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리스 금융권은 이미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그리스 시중은행들의 영업을 지난달 29일자로 중단했다. 일일 현금이출기(ATM) 이용한도는 60유로로 제한됐다. 그리스 은행연합회 대표는 영업중단 조치가 최소한 오는 8일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날 밝혔지만 그날 이후 영업이 즉각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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