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12일 결판…'그렉시트' 이견 팽팽

김신회 기자
2015.07.08 11:55

유럽연합(EU)이 오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스는 시간을 번 셈이지만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일(현지시간) 그리스에 최후통첩을 전하면서 지난달 말 불발된 구제금융 연장 협상 때보다 더 강도 높은 경제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최종 협상 실패에서 비롯될 수 있는 그렉시트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그렉시트가 유로존의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관론이 있는가 하면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이날 쓴 글에서 그렉시트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로존에 항구적인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울프는 그리스와 채권단의 교착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그리스가 유로체제에서 감쪽같이 퇴장(stealth exit)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금 고갈로 그리스 은행이 계속 문을 열지 못하면 그리스 정부는 차용증서(IOU)를 발행해 유로화를 대체할 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나면 끝내 새 통화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울프는 그렉시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3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그나마 유효한 것은 단 하나뿐이라고 했다. 추가 지원 협상을 타결 짓는 것이다. 그리스가 은행 문을 닫은 채 계속 버틸 수는 없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지원(ELA)을 확대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협상 타결 여부가 사람들이 유로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이다. 우선 유로존의 상호연대를 중시하면 협상 전망은 어두워진다. 그리스가 상호연대의 기반인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유로존을 이해관계가 중시되는 거래관계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울프는 유로존이 그리스와 협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렉시트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선례를 남기고 유로존에 항구적인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유로존 전체에 해가 된다. 따라서 울프는 유로존이 적어도 모든 대안이 소진될 때까지는 그렉시트를 용인하지 않아야 하고 유로존이 그리스의 채무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채무탕감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의 정치 부문 편집자인 요헨 비트너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쓴 글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때가 됐다고 했다. 민주주의가 채무를 능가할 수는 없으며 유럽에선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가족이 투표로 주택대출 조건을 재협상하기로 했다고 해서 이해해줄 은행원이 없는 것처럼 다른 채무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비트너는 그리스가 잘 통제된 상황에서 유로존을 이탈하는 경우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할 때 유로존이 그리스에서 잃을 게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손에 넣게 되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 이웃국가에서도 그리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 같은 반(反)EU 정당이 득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되면 유럽이 자칫 냉전시대처럼 남북으로 갈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너는 유로존이든 EU든 그리스를 잡아두는 것은 최선이 아니라며 그리스가 질서정연하게 유로존을 이탈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요세프 요페 '디 차이트' 편집장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더 이상 유로존 구제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에는 접근하지 못하겠지만 EU 회원국으로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잘 통제된 그렉시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다른 재정 취약국에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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