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압박 수위 높인 獨…佛 그리스 편들기 불발되나

김신회 기자
2015.07.13 08:07

유로존 "추가 개혁 아니면 한시적 그렉시트"…그리스에 72시간 시한 부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이 그리스의 숨통을 죄고 있다. 독일은 그리스에 보다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게 아니면 유로존을 떠나라고 압박하며 프랑스의 타협 시도를 무색케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주말 내내 그리스 사태를 둘러싼 논의가 잇달았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11일부터 이날까지 두 차례 회의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유로그룹은 대신 그리스에 오는 15일까지 72시간 안에 연금 부문을 포함한 추가 개혁 입법을 완료해야 3차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그리스가 추가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한시적으로 유로존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시적 그렉시트'는 독일 재무부의 제안이다. 5년 동안 그리스의 유로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재무부는 또 5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영자산을 외부펀드로 옮기는 식으로 민영화해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이 그리스에 완전한 항복을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이 요구한 추가 개혁 조치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거부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의 요구를 따르면 그가 올 초 집권할 때 내세운 반긴축 공약을 뒤집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FT는 그리스가 시한 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따라서 유로존의 새 요구는 그리스의 금융시스템 붕괴를 예고하는 전주곡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유로그룹 회의 뒤에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에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반드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중요한 것은 그리스의 유럽(유로존) 잔류 여부가 아니라 유럽이라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유로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그렉시트를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단호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 지원을 위해 생각하는 것은 더도 덜도 아닌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려면 신뢰할 수 있는 개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FT는 메르켈의 이 발언이 그리스 사태에 대한 유로존의 완전한 합의가 이른 시일 안에 나오기 어렵다는 기본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 내에선 그리스 사태를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의 대립이 자칫 유로존은 물론 유럽연합(EU)의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교장관은 이날 독일 매체인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독일이 그렉시트를 압박하면 프랑스와 심각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독일이 그리스의 개혁 약속에 따른 기회를 잡지 못하면 독일의 명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나는 마지막 백만분의 1초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합의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독일과 프랑스가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유럽중앙은행(ECB)의 인내력이 바닥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은행은 현금 고갈로 지난달 29일부터 문을 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은행들이 13일을 버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리스 은행들은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협상이 계속 겉돌면 ECB가 손을 놓아 버릴 수 있다. 유로그룹은 이날 성명 초안에서 그리스에 추가로 820억-860억유로가 지원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음달에 120억유로가 필요하고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당장 100억유로가 지원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한편 핀란드 정부도 드러내 놓고 그리스 지원에 반대한다. 추가 지원보다 그렉시트가 낫다는 식이다. 특히 핀란드의 반EU 성향 극우정당인 '핀란드인'(Finns Party)은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이 지원되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며 2개월차에 불과한 핀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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