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무인 편의점과 중국 증시의 닮은 점은?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5.07.14 06:00

"개업 첫 달은 적자" 탐욕에 노출된 사람들

중국 동부 저장성의 항구도시 광저우 도심 쎈다이중신빌딩에는 지난달 아주 특이한 편의점이 하나 문 열었다. 중국 현지 유통업체인 화룬완자가 운영하는 '반고(vango) 편의점'으로 겉에서 보면 여느 편의점과 똑같다.

비밀은 편의점 속으로 들어가야 알 수 있다. 이곳엔 점장도 점원도 없다. 무인 편의점이다. 이곳을 찾은 모든 손님들은 10위안(1800원)어치를 사든지, 1000위안(18만원) 어치를 사든지 자기 스스로 알아서 계산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돈을 내거나, 아예 돈을 내지 않고 물건만 들고 가는 것도 자유다. CCTV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편의점 사업의 핵심이 결국 인건비 장사라는 것을 간파한 화룬완자는 이 무인 편의점을 앞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요즘 중국 증시의 위협적인 폭락장은 이 무인 편의점과 묘하게 닮은꼴이다. 손님들의 탐욕이 은연중에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바로 그렇다.

중국 증시는 특유의 신용거래 제도가 있어 자신이 가진 돈이 사려는 주식의 가격보다 훨씬 부족해도 얼마든지 주식을 살 수 있었다. 만약 개인 투자자가 자기 자금 1만 위안(180만원)이 있다면 최대 5만 위안(900만원)까지 신용거래를 일으켜서 주식투자에 뛰어들 수 있었다.

자기 지갑에서 나오지 않은 돈은 가치가 희석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 주식이 왜 필요한지도 모른 채 탐욕에 빠져 거침없이 큰 돈을 대출받았다. 그들은 자신이 고른 주식의 내재가치는 쳐다보지도 않고, 친구나 친지의 말을 믿고 주식을 샀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다가 미용사의 추천을 받아 덜컥 주식을 샀다가 수만 위안을 날린 대학강사도 있다. 자신이 공을 제대로 칠 수 있을까는 생각하지 않고, 누가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소문만 듣고 타석에 들어섰다.

이렇게 개인들이 신용거래로 주식에 투자한 돈만도 지난 6월 중순 2조2700만위안(412조원)에 달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금액 비중이 80%에 달하는 중국 증시에서 이런 탐욕은 곧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타이머는 어김없이 작동했다. 6월12일 고점을 찍은 주가는 한 달만에 32% 폭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급락세로 탐욕은 공포가 됐다. 시가총액 중 3700조원이 사라졌다.

무인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손님들은 탐욕에 적나라하게 노출됐고, 매 순간 탐욕을 시험 당했고, 끝내 탐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또 무인 편의점처럼 누구 한 명 그렇게 강요한 사람은 없었다.

대형마트의 카트가 큰 이유는 손님들이 산 물건이 최대한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손님들은 자신의 지갑은 생각하지 않고, 큰 카트 속에 담긴 물건들의 부피만 보며 계산대로 향한다.

중국 정부는 증시를 통해 새로운 자금을 조달해 기업들의 체질을 바꾸고, 인터넷이나 바이오헬스, IT 관련 신산업이 새롭게 경제의 버팀목이 돼 주기를 원한다. 국영기업 개혁이나 실업률 해소도 증시에 기대려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증시 개혁의 거창한 목표보다 이번 폭락장은 더 큰 교훈을 가져다 줬을 수 있다. 무지나 탐욕과의 싸움에서 절제가 없다면 어떤 결과를 얻는지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실전 투자의 대가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제시 리버모어는 "인내심을 잃어버리고 추세 전환점을 기다리지 못한 채 손쉬운 수익의 유혹에 넘어갈 때마다 나는 항상 돈을 잃었다. 지그시 앉아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에는 항상 탐욕과 공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그 감정에 휩쓸리게 된다.

무지와 탐욕, 공포를 넘어 이제 중국 증시는 희망을 향해 가고 있다. 개업 첫 달은 늘 적자라는 무인 편의점의 탐욕이 앞으로 증시에선 어떤 결과를 낳을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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