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는 유럽발 '살충제 닭고기' 공포에 휩싸였다.
살충제 계란에 노출된 나라는 현재 유럽연합(EU) 15개국과 스위스, 홍콩 등 17개국이다.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난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산 계란이 유통된 곳이다. EU 15개국 가운데 하나인 오스트리아에서는 14일(현지시간)에 처음으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확인됐다.
아프리카에서는 살충제 닭고기 공포가 번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피프로닐에 오염된 벨기에산 닭고기가 아프리카에 유통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벨기에에서 아프리카가 수입한 자국산 닭고기 샘플을 검사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시작됐다. 네덜란드에서만 180여 개의 양계농장이 폐쇄됐다.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이 가장 많이 유통된 나라는 네덜란드와 독일로 각각 1000만 개, 107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벨기에 당국은 지난 6월 말에 살충제 계란 문제를 인지하고도 7월 말에야 EU에 통보해 비난을 받았다. 데니스 뒤카르므 벨기에 농업부 장관은 최근 청문회에서 네덜란드 당국이 지난해 11월에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벨기에의 양계농장 해충 구제업체 폴트리비전이 네덜란드 업체인 치킨프렌드에 피프로닐이 포함된 독성 화학제를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나라 사법당국이 공조 수사에 나선 가운데 최근 치킨프렌드 소유주 2명이 구속됐다.
피프로닐은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벼룩이나 이를 박멸하는 데 쓰는 살충제 성분이다. 가금류에 많은 '붉은 이'를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의 독성 강도를 '보통 독성'(moderately toxic)으로 분류해놨다. 당연히 식품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WHO는 사람이 피프로닐을 상당량 먹으면 신장, 간, 갑상선 손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스꺼움, 구토, 복통, 어지럼, 간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다만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잠깐 섭취했다고 건강에 즉시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네덜란드 독성학자인 마르틴 반덴베르그는 현지 매체에 "오염된 계란을 매일, 평생 먹어야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식품안전당국도 단기간에 피프로닐을 과도하게 섭취한다고 자동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유럽에서 살충제 닭고기는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럽에서 흔히 먹는 구이용 닭은 오래 살지 않기 때문에 살충제 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살충제 계란이 문제가 된 건 알을 낳는 닭(산란계)에 피프로닐 처분을 했기 때문이다. 알을 낳는 닭은 유럽에서 식용으로 잘 쓰지 않지만 아프리카, 특히 벨기에의 식민지였던 콩고민주공화국에 냉동된 상태로 대거 수출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