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 '피의 진압' 주역 리펑 中 전 총리 별세

김수현 기자
2019.07.24 08:21

장쩌민 시대에는 2인자 군림…한·중 수교에도 상당한 역할

리펑 전 총리. /사진=로이터

1989년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을 주도했던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가 지난 22일 별세했다. 리 전 총리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 시절에는 2인자로, 중국의 제3세대 지도부를 구성했던 인물이다.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 전 총리는 전날 밤 11시11분 베이징에서 91세로 사망했다. 리 전 총리는 2008년부터 건강이 나빠졌으며, 방광암으로 투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전 총리는 천안문 광장에 운집한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중국 공산당 강경파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1989년 4월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사망을 계기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자 이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주장했다. 그는 결국 6월 3일 밤 중국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천안문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신화통신은 "덩샤오핑 동지로 대표되는 베테랑 혁명 지도자들의 확고한 지원 아래 리펑 동지는 혼란을 막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했고, 반혁명 폭동을 진압하고 국내 상황을 안정시켰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이 리 전 총리를 후계자로 지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그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장쩌민 전 주석에 이어 2인자로 1998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1998년 3월엔 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선출돼 2003년까지 재임했다.

리 전 총리는 1994년 한국을 방문한 최초 중국 총리이기도 하다. 그는 한중수교 2년 후인 1994년 10월 한국을 방문해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그로부터 1년 후 1995년 10월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이 한국을 이어 방문했다.

1928년 상하이 조계에서 태어난 리 전 총리는 중국 공산당 초기 핵심 지도부 일원이었던 리숴쉰의 아들이다. 리숴쉰은 1931년 국민당 쪽에 체포돼 처형됐다. 이후 중국 혁명을 이뤄낸 마오쩌둥 전 주석의 동지이기도 한 저우언라이 초대 총리가 리 전 총리를 양자처럼 돌봐준 것으로 전해졌다. 리 전 총리는 아내 주린(朱琳)과의 사이에 아들 둘, 딸 하나를 뒀다. 아들 리샤오펑(李小鵬)은 현재 중국 국무원 교통운수부 부장(장관)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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