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의 '조삼모사'…폰 요금 깎아주고 세금 거둘게

강기준 기자
2020.11.23 15:08

[MT리포트]고개드는 조세저항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FPBBNews=뉴스1

"휴대전화 요금을 40% 인하해야 한다"

지난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취임 직후 이같이 밝혔다. 얼핏 보기엔 화끈한 정책 같지만 조삼모사격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커진 소비세 증세 반발 여론을 덮으면서, 증세 효과는 그대로 누리기 위한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코로나19 3차 유행에 커지는 소비세 감세 목소리
/AFPBBNews=뉴스1

지난해 10월 일본은 소비세를 기존 8%에서 10%로 인상했다. 당연히 조세 저항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주류 및 외식을 제외한 부분은 8%로 동결시키고, 포인트 환원 등의 보완책을 실시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 덕분에 2014년 소비세 증세보다 반발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초기만 해도 테이크아웃을 하겠다고 8% 세율을 적용받아 음식을 구매하고, 밖에 앉아 먹는 사람들 때문에 야외 테이블을 철거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소비세 인상 단행 직후 일본 주요 편의점 7개사는 점포당 매출이 전년대비 1.8% 늘었고, 이같은 흐름은 올 2월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다. 올 3~8월 편의점 매출은 관광지를 중심으로 급감했다. 지난달에는 편의점협회에서 증세 부담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소비세 증세와 코로나19가 맞물려 결국 전반적인 소비가 부진하게 됐다는 목소리였다.

야당도 이에 동참하고 나섰다.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소비 감세를 일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 역시 1년간 소비세 5% 인하를 제시했다.

증세 1년만에 역풍이 돼 돌아온 셈이다.

스가의 휴대폰 요금 인하 속내는…
/AFPBBNews=뉴스1

스가 총리는 그럼에도 감세 카드는 거부했다.

대신 자신이 관방장관시절부터 주장하던 휴대폰 요금 인하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말에는 이동통신사업자간의 경쟁 촉진 계획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기존의 물리 유심 카드 대신 e심 도입을 늘려 번호이동이 쉬워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인해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요금 인하가 이루어질 것이란 계산이다. 지난 20일에는 5G 전파를 사업자들에게 할당한다고 발표하면서 심사 항목에 경쟁 촉진책을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를 보겠다고도 했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스가 총리가 요금 인하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소비세 증세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연간 평균 통신 요금은 12만7000엔(약 136만원)이었다. 일본 전체를 통틀어 보면 통신요금에 쓰는 돈이 연간 6조엔(약 64조3000억원) 가량이라는 말이 된다. 이를 스가 총리의 요구대로 40% 절감시킨다면 2조4000억엔(약 25조7200억원)의 잉여 현금이 발생하게 된다.

뉴스위크는 이는 소비세를 1% 감세했을 때(약 2조~2조4000억엔)와 같은 규모이며, 절감된 휴대폰 요금은 다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 입장에서는 휴대폰 요금 인하를 통해 본래 목적으로 하던 소비세 증세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뉴스위크는 스가 총리가 사회복지 재원 충당 등을 이유로 소비세 감세에 부정적이며, 또 이를 적용하려고 해도 법 개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또한 감세 후에도 효과가 별로 없을 경우 추후 경제 정책이나 정부 재정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휴대폰 요금 인하는 정부가 기업의 경영에 개입한다는 문제점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용하기 쉽고 소비세 감세보다는 소비를 자극할 여지가 더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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