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도 안 돼 협상도 안 돼…트럼프, 이란 경제제재로 도돌이표

공습도 안 돼 협상도 안 돼…트럼프, 이란 경제제재로 도돌이표

김종훈 기자
2026.08.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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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트럼프, 시간 벌며 경제 제재로 이란에 금전 피해 누적시키는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백신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백신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AP=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두고 이란과 대립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까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경제 제재로 되돌아왔다는 것.

이날 WSJ는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재개를 바라지 않고 협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면서 경제 제재와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시간을 벌며 이란에 금전적 손해를 누적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 취재에 응한 소식통들은 경제 제재가 이란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통계 자료와 함께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도록 참모진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은 이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며 이란 재공습 명령을 내리고 싶지 않다는 의향을 측근들에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함께 종전 협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이란과 체결했으나 한 달 만에 공습을 재개했다. 그럼에도 이란은 △이란에 대한 위협과 모욕 중단 △이란 및 친이란 세력에 대한 군사 행동 중단 △이란 주변 해상 봉쇄 해제와 미군 철수 △전쟁 피해 전액 배상 △대이란 제재 해제 △이란 동결 자산 해제 등 여섯 가지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란이 공습에도 물러서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테러 행위와 시위대 유혈 진압에 대해 이란도 배상해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미국, 이란 간 협상이 성사되려면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철군해야 하는데, 오는 10월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레바논에서 철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미국, 이란이 단기간 내 협상이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 전쟁 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경제난으로 곳곳에서 사회 붕괴 조짐이 보였다. 전쟁 전까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최소 수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등 지도부를 제거하면 시민사회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이스라엘과 함께 하메네이 관저를 타격,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지도부를 사살했다. 그러나 이란 신정정권은 반미를 명분으로 여론을 결집, 정권 유지에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전 출구전략을 모색 중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 없는 전쟁 승리 선언을 몇 주 간 준비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는 즉시 승리를 자체 선언하고 이란전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것.

한편 이란에서는 협상 전략 변화를 시사하는 신호가 감지됐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에서 모흐센 레자이로 공식 교체한 것. 졸가드르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출신 강경파 인물로 알려졌으나 미국 협상과 관련해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레자이는 졸가드르보다 더욱 강경한 인물로 꼽힌다. 다만 SNSC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드 잘릴리에 비해서는 실용주의 면모가 있다는 평이 있어 어떤 협상 태도를 보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번 SNSC 사무총장 인사는 이란 내 협상파와 강경파 간 갈등을 키우는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란 초강경 보수 정치단체 파야다리전선 계열 매체 라자뉴스는 졸가드르가 SNSC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것이 대미 협상은 최고지도자의 조율을 받았다는 협상파 주장을 약화한다고 해석했다. 그간 협상 옹호파는 종전 MOU 체결은 미국을 잠시 눈속임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경파를 달랬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MOU에 관여한 졸가드르가 교체당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라자뉴스는 강조했다. 나아가 라자뉴스는 대미 협상 자체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의 완전한 조율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란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사임설이 제기되는 등 내분 조짐이 나타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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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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