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 씨가 말라간다 [특파원 칼럼]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02.04 04:02

장하성 주중한국대사가 기자들과 만나면 종종 '중국이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가족 비자를 상대적으로 잘 내주는 편'이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 대사들이 '비결이 뭐냐'고 묻는다는 첨언도 빠지지 않는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양국 국민 사이에 혐한·혐중 감정이 상당하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에 상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 자신을 포함해 주중한국대사관 사람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

주한중국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받아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족 비자를 받기가 매우 어려워진 건 맞다. 시도를 했던 모든 이들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 대해 중국 당국이 신경을 쓰는 것도 사실로 여겨진다. 한 선진국 기자가 후임자 비자가 나오지 않아 의도하지 않게 베이징 토박이가 돼가고 있다는 얘기가 있을정도다.

'그까짓 비자 하나로 생색은…'이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중국 정부, 공산당 지도부를 상대로 외교활동을 벌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자들 취재 역시 마찬가지다. '꽌시(관계)'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어쩌면 '그까짓 비자…'가 '비자씩이나'로 바뀌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베이징 거주 한국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하나같이 그나마 간헐적으로 있는 중국 전문가 '씨'가 마를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들 한다.

징후는 뚜렷하다. 기업, 금융을 막론하고 한국에서 중국 주재원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후임자가 없어 귀임 시기를 놓칠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중국 내수 기업들이 부쩍 성장하는 바람에 자사 제품 판매가 나날이 줄고 있다는 한 대기업 베이징 주재원은 본사로부터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어떤가. 보고서를 보내면 중국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뉴스, 중국 특유의 희한한 사건 사고들이 잘 읽힌다고 푸념하는 공무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답정너'식으로 조금이라도 중국을 낮춰보고 싶은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벌어진 한한령,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이 세계에 보여준 태도를 무시할 수 없다. 말이 G2지 외톨이가 돼가는 나라, 상대가 자국 기업이든 타국 정부든 일단 때리고 보는 나라,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는 나라에서 젊음 바쳐 전문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한 해 1629억달러(약 196조원)를 수출(2021년)해 비교 대상이 없는(같은 해 미국은 959억달러) 나라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남북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전선언만 보더라도 중국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 자체가 움직여야 할 뿐더러 북한을 끌어낼 나라도 중국 말고는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 자발적 전문가가 나오지 않는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필요하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깊이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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