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이 폐막한 하루 뒤인 14일 오전 8시(중국이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림). 중국 베이징시 왕징 내 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 마을 광장에 주민들이 모여 들었다. 전 주민 대상 코로나19 전수검사 현장이다. 불과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50m 정도에 지나지 않던 검사를 받기 위한 줄이 족히 300m는 돼 보일 만큼 늘어졌다.
전수검사는 이 아파트에만 해당된 게 아니다. 왕징 내 거의 모든 아파트 단지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기자도 검사 대열에 합류했다. 무료 검사는 이날 하루뿐이어서 사람이 그나마 덜 몰릴 것 같았던 이른 아침을 택했다. 이날을 넘기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국에서 강제 검사에 예외는 없다.
사전에 안내된 온라인 '핵산검사' 프로그램에 따라 외국인 신분을 증명하고 QR코드를 내려받았다. 방역요원은 주민들의 QR코드를 스캔한 뒤, 줄 앞에 서 있던 한 여성에게 작은 유리 용기를 건넸다. 그 여성 뒤로 선 주민들 10여명의 검체를 이 용기에 한꺼번에 담았다. 이 용기에 담긴 십여명 중 누군가가 감염자라면 해당 그룹만 따로 추가 검사를 하면 될 일이다. 대도시 이곳저곳에서 수천만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하루 이틀 만에 끝낸 비결이다.
한 주민이 방호복으로 온 몸을 칭칭 감은 한 방역요원에게 "혹시 이 동네에 확진자가 나온 것이냐?"고 묻자 요원은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검사는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 특파원 부임 후 주거지에서 처음 받아보는 전수검사였다. 올 1월 톈진에서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베이징으로 옮겨왔을 때도 강제 전수검사까지는 아니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베이징시 인식을 보여준다.
국가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전역에 1337건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 무증상 감염 788건(해외 유입 118건 제외)을 더하면 2100건이 넘는다. 12일에는 확진자 1807명, 무증상자 1315명까지 3122건이었다.
이달 10일 신규 감염자가 1100명을 기록한 이후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 하루 신규 감염자가 1000명을 넘어선 건 우한에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인 2020년 2월 이후 2년여 만이다.
한국도 하루 30만명 넘게 확진자가 쏟아지는데 14억 인구 중 고작 1000명이 대수냐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 방역에 사활을 건 중국 보건 당국에게 지금은 전시 상황과 다름 없다.
경제 수도 상하이에 휴교령이 떨어지고, 1700만 인구를 보유한 1선 도시 선전시를 14일부터 봉쇄했다. 900만 도시 창춘시는 이미 지난 11일 전면 봉쇄 됐다.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던 중국식 무차별 방역 정책이 확산 속도가 남다른 오미크론에 중대 기로에 섰다. 지역 봉쇄를 통해 오미크론 뿌리를 뽑는다고 해도 해외 유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선택은 노선 정지 같은 극단적 조치다. 한국발 여객기에서 확진자 8명이 나왔다는 이유로 인천~톈진 노선을 아예 취소하고 인천~베이징 노선도 몇 주째 비행기가 뜨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인천을 오가던 제남, 칭다오, 창춘 노선도 운항이 중단됐다.
무차별적 지역 봉쇄는 중국이 올해 목표로 내세운 '5.5% 안팎' 성장률 성공 가능성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지역 봉쇄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4.0%로 주저 앉은 가장 두드러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