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을 피해 해외로 나갔던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 거란 예상에 기약 없는 난민 생활보다 가족과 함께 고국에 남아 위험을 감수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외로 나가는 중간 기착지인 서부 르비우 등 국경 초소에서 최근 고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피란민 수가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유리 부치코 르비우 군사행정관은 "전쟁 초기보다 귀국한 이들이 10배가량 증가했다"며 "르비우에 머물렀던 국내 피란민들도 절반 가까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르비우 국경초소에 따르면 지난 2일 1만8000명이 국외로 나갔고 9000명이 국내로 들어왔다. 귀국하는 이들 대부분은 피란길에 올랐던 여성과 아이들이다. 전쟁 발발 이후 18~60세 남성들은 국가 총동원령으로 출국이 금지됐다.
NYT는 이들이 정처 없는 난민 생활보다는 고국에서의 고된 삶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교사였던 옥사나씨는 딸과 한 살배기 손자와 함께 폴란드와 체코에서 2주 이상 난민 생활을 하고 르비우로 다시 들어왔다. 고향인 남서부 드니프로로 돌아간다는 그는 "(폴란드와 체코) 그들은 나를 청소부로 받아들여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살 곳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힘들더라도 고향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폴란드와 체코 등은 우크라이나 피난민으로 난민시설이 꽉 찬 상태다. 식료품과 의료용품도 턱없이 부족해 배고픔에 시달리는 피난민이 상당수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말 수도 키이우 외곽 지역을 잇따라 탈환한 것도 피란민의 발길을 돌려세웠다. 유리 사브슈크 르비우 기차역 관리는 "키이우 외곽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키이우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14세 딸과 함께 르비우로 대피했던 발레리아 유리브나씨는 고향인 미콜라이우로 돌아갔다. 미콜라이우는 여전히 러시아군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남은 가족이 아직 고향에 있다"면서 "고향으로 돌아가 폭격받은 병원을 고치는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치코 행정관은 "전쟁 초기에 우리는 이 전쟁이 일주일 또는 아마도 며칠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전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고, 전쟁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