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억만장자 소득세' 신설을 예고했어요. 자산 가치가 1억 달러(1200억 원) 이상인 미국인이 대상입니다. 약 700명 정도예요.
억만장자세는 채권과 주식 등 모든 미실현 소득에 최소 20%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에요. 지금 미국에선 주식이나 채권에 대해 보유세가 적용되지 않아요. 그래서 자산 가치가 올라도 매각하지만 않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죠. 정부는 세금 도입 시 10년간 3600억 달러(440조 원)를 거둘 수 있을 걸로 봅니다.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이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자산을 숨기거나 형태를 바꾸는 걸 막자는 게 하나의 취지예요. 조세 허점을 이용해 아마존과 테슬라 등은 법인세를 내지 않거나 벌어들인 돈에 비해 적게 내고 있고, 세계 2위 부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개인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죠.
억만장자세가 도입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500억 달러(61조 원), 베이조스는 350억 달러(43조 원) 세금을 추가로 내게 될 수 있어요. 이런 예고에 머스크는 "부자들 재산이 고갈되고 나면 당신들(일반 시민들)도 찾아갈 것"이라고 비꼬았어요. 반면에 "미국의 극심한 불평등을 끝내려면 우리에게서 세금을 더 걷으라"고 외치는 부자들도 있죠. 디즈니 창업자 손녀인 에비게일 디즈니가 대표적이에요.
이번주 [데이:트]에선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미국 '슈퍼 부자'들이 벌어들인 수익과 정부의 조세 계획, 이를 거부하거나 반기는 부자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지난 1월 옥스팜은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보고서를 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전 세계 인구 99%는 소득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담겼어요. 사실상 전 세계 1%의 부자들을 제외하고 모두의 소득이 쪼그라든 거죠. 그중에서도 1억6000만 명은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상황이에요.
반면 글로벌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크게 늘었어요. 미국 슈퍼부자 머스크 재산은 무려 851% 늘었고, 레리 페이지 구글 CEO 123%,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 74%, 베이조스 46%,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32% 늘었어요.
문제는 이들이 돈을 번 만큼 세금을 냈냐는 겁니다.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았죠. 미국 국세청 세무자료를 파헤쳤더니 베이조스 등 최상위 부자 25명은 중산층 '월급쟁이'보다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내고, 자녀 세금공제까지 받았어요.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미 최상위 부자 25명은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하고 있어요. 4010억 달러(453조 원)에 달하는 이들 재산에 대한 실효세율은 3.4%에 그칩니다. 이 부자들은 주식 등 자산에서 큰 수익이 발생하는데, 위에서 말했듯 이건 팔지 않는 한 세금을 내지 않아요. 부자들은 대신 이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돈을 쓸 수 있습니다.
베이조스나 머스크, 조지 소로스 등이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던 비결 중 하나죠. 미국 내 불평등을 규탄하는 정치인과 학자, 시민들이 지적하는 부분도 이거예요. 조세 정의가 무너졌고, 양극화가 개선 불가능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목소리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커졌어요. 2011년 버핏이 스스로 부자증세를 주장하며 일명 '버핏세'가 등장합니다. 그는 "나는 과세소득의 17.4%만 세금으로 내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은 평균 36%의 세금을 냈다"고 했죠.
논의는 뜨거웠지만 버핏세는 도입되지 않았어요. 그 이후 2014~2018년 버핏의 자산은 29조 원 늘었으나 연방소득세는 290억 원만 냈습니다. 실질세율이 0.1%에 불과했던 거죠.
이번 억만장자세도 실현될지 아직 미지수입니다. 지난해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다양한 부자증세 방안을 내놨지만 공화당 반발에 무산됐거든요. 지금도 공화당은 '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자산에 대한 과세는 조세 체계를 완전히 흔드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어요.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원장은 "사모펀드들은 '일반적인 소득세율로 매년 세금을 내야한다면 서구 문명이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고도 했어요.
영국에서도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요. 부유세위원회는 자산 100만 파운드(15억6000만원) 이상의 가구에게 일회성으로 1% 부유세 도입을 정부에 건의했어요. 5년에 걸쳐 낼 수 있는 이 부유세로 2600억 파운드(408조원)의 세수를 걷을 수 있단 거죠. 영국 의료보험과 사회복지 1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액수입니다.
영국에서도 최고 소득세율은 45%인 데 비해, 자본이득세는 주식 20%, 부동산은 28%예요. 부유세위원회의 아룬 어드버니 워릭대 교수는 "영국에는 1000만 파운드(157억 원) 이상 재산을 가진 사람이 2만2000명으로, 인구의 0.05%에 불과하다"며 이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건 무리가 아니라고 지적했어요.
지난 1월 미국의 일명 '애국적 백만장자' 모임은 다보스포럼에 공개 서한을 보냈어요. 전 세계 정부를 향해 "우리가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죠. 미국과 유럽 부자 102명이 서한에 서명했고요.
디즈니 가문 상속자 등 전 세계 부호 200명이 가입한 '애국적 백만장자' 모임은 "우리 같은 사람에게, 즉각적으로, 실질적으로, 영구적으로 세금을 올리라"며 부자 증세 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모리스 펄 블랙록 전 경영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어요.
모리스 펄은 "부자들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내거나, 안 내거나 할 선택지가 있다"며 "10억 달러(1조1300억 원) 이상의 부에 3% 과세는 우리가 추구하는 기본"이라고 말합니다. "늘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퇴행을 넘어서야 한다"며 전지구적인 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정부와 의회들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