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도, 3일도 아녔다"…아무도 웃지 못한 우크라 전쟁 300일

송지유 기자
2022.12.29 04:02

[우보세]우크라 전쟁 10개월의 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을 맞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추위브의 한 아파트 앞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C) AFP=뉴스1

아무도 몰랐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나고, 심지어 이렇게 오래갈 줄은.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미국의 다급한 경고 메시지가 처음 나왔던 지난해 말,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설마 21세기에 침략 전쟁이 일어날까' 반신반의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세계 2위 막강 군사력을 갖춘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 국방순위 25위의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가 30분 내에 초토화하고, 3일이면 사실상 교전이 끝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곧 전쟁이 일어난다'는 첩보를 제외하곤 다 틀렸다. 지난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은 국제사회의 예상을 깨고 300일(10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침공 초기 기세가 좋았던 러시아군의 조직력 붕괴, '나라를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군의 벼랑 끝 의지, 미국 등 서방국의 무기지원 등 변수가 합쳐진 결과다. 헤르손 등 러시아에 빼앗겼던 일부 지역을 탈환하는 성과도 있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300일을 버텨내는 동안 주요 도시 곳곳이 무차별 폭격을 받고 폐허로 변했고, 일부 지역은 전기·수도마저 끊긴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집계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이달 13일까지 1600만명 이상 우크라이나 국민이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었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제외해도 800만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타국에서 피난민으로 지내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도 웃지 못하고 있다. 우선 지난 10개월간 러시아군 누적 사상자가 10만명을 웃돈다. 당초 예상을 깬 의외의 열세에 러시아는 지난 9월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령해 30만명의 병력을 긴급 수혈했지만 전세 역전에는 실패했다. 최근엔 감옥에 수감했던 죄수들을 조기 사면해 전쟁에 투입할 정도로 군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9월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부분동원령을 내린 후 소집된 예비군들. /ⓒAP=뉴시스

전쟁 당사국들만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값이 급등했고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금리 인상 등을 연쇄적으로 촉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코로나19 팬데믹 쇼크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며 신음하던 세계 경제에도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종전을 기대할 만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은 더 암담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자력으로 완전한 승리를 이끌 능력이 없고, 패배를 인정할 준비도 돼 있지 않다. 정치적 생명을 건 푸틴과 진짜 목숨으로 맞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전쟁이 도대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러시아는 중국에 더 밀착하는 등 양국은 전열을 가다듬으며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러시아의 민간 용병회사인 와그너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 등 무기를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와도 무관하지 않은 이슈가 됐다.

새해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폭풍우가 본격적으로 들이닥치기 전에 승자가 없는 이 전쟁부터 끝내야 한다. 국제사회의 연대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참호에서 휴식을 취하는 우크라이나군 병사./ⓒ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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