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가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하늘을 가르며 굉음을 지른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도시를 뒤흔든다. 내전의 시작일지도 모르는 상황으로부터 몸을 숨긴채, 많은 시민들은 묻는다. "왜?"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리기는 쉽다. 틀린 말도 아니다. 누군가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면 분쟁이란 발생할 수 없다. 게다가 수단에는 눈에 띄는 악당 둘이 있다. 아프리카 3위의 경제를 자랑하는 수단의 권력을 두고 군부와 민병대가 경쟁하는 형국이다. 수단의 사실상 지도자인 압델 파타 알부르한 대장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민간 정부에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계속 미루고 있다.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헤메티'로 더 잘 알려졌다)는 신속대응군(Rapid Support Forces)이라는 준군사조직을 이끌고 있는데 신속대응군은 과거 다르푸르 학살을 저지른 바 있다.
양측 모두 유혈사태 쯤은 가벼이 여기는 야심을 갖고 있으며 수단 내에서 거의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있다.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는 권력과 그에 따르는 혜택을 갈망한다. 수단군은 이미 거대하면서도 수상쩍은 비즈니스 제국을 갖고 있다. 헤메디는 금광과 해외에 군사 서비스를 판매해 부를 쌓은 걸로 알려졌다. 둘 다 권력을 나눠갖는 데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서로가 서로를 "범죄자"라 이른다.
그러나 수단의 불행은 단지 혐오스러운 사내 둘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수단은 1956년 독립 이래로 줄곧 내전으로 고통받아왔다. 전세계적으로 분쟁은 그 지속성이 더 강해지고 있는데 수단은 그 한 예다.
세인의 관심이 미국, 러시아, 중국의 강대국 경쟁에 쏠려 있는 동안 세계 다른 곳의 분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분쟁으로 살던 곳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 사람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어 현재 1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 빈곤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구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수는 2020년 이래 두 배로 늘어 현재 3억4000천만 명 가량이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이 중 80%가 분쟁으로 인한 것으로 추산한다.
1945년 이래 분쟁의 파고는 세 번의 고조를 보였다. 첫째로 유럽 식민지 주민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 이윽고 이렇게 새로 독립한 국가들의 권력을 두고 라이벌 그룹들이 서로 싸웠다. 냉전은 상황을 더욱 고조시켰다. 서구는 앙골라에서 니카라과까지, 마르크스주의를 천명한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반란군을 지원했다. 소련은 모든 대륙의 반자본주의 게릴라와 혁명 정권들을 지원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전쟁의 숫자는 급격히 줄었다. 전사자 추정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세 번째 고조가 찾아왔다. '아랍의 봄'이 중동 내 대혼란으로 이어지고, 무슬림 세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하디즘이 퍼지고, 블라디미르 푸틴이 구식의 러시아 제국주의를 부활시키면서 전쟁과 사상자 수가 모두 늘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침공해 영토를 빼앗으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드문 경우다. 현대의 무장 분쟁 대부분은 그보다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외국의 개입이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한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내전'이다. 주로 가난한 국가에서 벌어지며 특히 수단처럼 더운 나라에서 발생한다. (지도를 보면 주요 내전 지역이 적도 일대에서 하나의 벨트를 형성하는 걸 볼 수 있다.) 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지만 정확히 얼마나 사망했는지 추산하기란 어렵다. 총알이나 유탄 파편으로 죽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인한 기아와 질병으로 숨진다.
전투는 가난한 지역을 더 빨리 가난하게 만든다. 통상 내전 5년은 1인당 소득을 5분의 1 감소시킨다는 게 크리스토퍼 블랫먼 시카고대 교수가 저서 <왜 우린 싸우는가>에서 밝힌 추산이다. 그래서 전쟁이 장기화된다는 건 더 우려스러운 일이다. 1980년대 중반에는 분쟁이 평균적으로 13년 가량 지속됐으나 2021년에는 거의 20년 가량 지속됐다.
분쟁이 과거보다 더 장기화되는 데는 몇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 국제규범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어린이를 유괴하며 뻔뻔하게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은 얼마나 국제규범이 약해졌는지를 보여준다. 또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푸틴이 전쟁범죄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그를 "소중한 친구"라고 불러, 어떤 강대국에게는 힘이 곧 정의임을 보여줬다. 이는 작은 악당들도 부추기는 효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수단에서는 각종 전쟁을 거치면서 발생한 대규모 학살에 그 누구도 책임을 진 적이 없다. 대대적인 강간이 발생한 데에도, 아랍어를 구사하는 수단의 지배계급이 흑인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부리는 풍습이 만연해 있음에도 책임을 진 사람은 거의 없다. 부르한 대장과 헤메티는 수단의 전 독재자였던 오마르 알바시르의 축출(나중에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정의를 원하는 대중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척했다. 본래 4월 초 민간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했으나 이들은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분쟁을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드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기후변화는 물과 땅을 둘러싼 분쟁을 자극하고 있다. 종교적 극단주의가 번지고 있다. 조직범죄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분쟁은 점차 더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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