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은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이후 약 4년여에 걸친 갈등관계가 이어져 왔으나,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가 먼저 컵의 반을 채우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면서 이제는 한해 1000만명이 오갈 정도로 관계가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들의 호감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일본 총무성의 네이버에 대한 경영권 간섭은 다시금 한일 외교갈등과 반일감정으로 번지게 되는 트리거가 되어 버렸다. 즉,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이례적으로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통해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국민 대부분은 한국 기업이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며 반일감정이 움트게 된 것이다.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 이슈는 지금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협상이 진행중이고 또 한국 정부가 뒤늦게나마 방어하면서, 일본 정부가 7월 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행정지도 조치에 지분매각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나 잠시나마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조치는 아니다. 당연히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해외에 진출한 대한민국 기업의 가치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외교적 힘을 발휘해 조율해야 할 것이다.
사실, 라인야후에 보냈던 일본의 행정지도는 임의의 요청이기 때문에 강제력이나 법적 구속력은 없고, 실제로 행정수속법 32조 2항에 따르면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상으로는 일본 정부가 '한국, 왜 흥분하지?'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가 일본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성을 수반하는 법적 조치인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또 향후 네이버뿐만 아니라 일본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의 IT 기업들이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일본의 행정지도는 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올인하기 위해 국가 총동원 체제하에서 만들어진 '1940년대 체제'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상당히 후진적인 시스템 중의 하나이다.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히토츠바시대학교 명예교수는 과거 그의 저서에서, '일본경제는 1940년대의 전시경제(통제경제)를 이어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국가 주도의 자원배분이 효율성을 가져오고 일본이라는 공동체가 모나지 않게 발전할 수 있다고 믿다 보니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행정지도 뿐만이 아니다. 과거 대장성(현 재무성)이 '창구지도'를 통해 산업간 경쟁을 막으면서 금융시스템을 유지해 왔고, '호송선단방식'을 통해 정부의 통제하에 은행을 관리하면서 고도경제성장 기간 기업의 설비투자에 자금 배분의 효율성을 추구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자유롭고 열린(free and open) 시장을 추구하는 한일 양국에서 정부가 직접 시장에 나서 간섭하는 제도는 수정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정서상 우리 네이버를 응원하고 있다. 당연한 순리이다. 모처럼 한일관계가 개선된 시점에서, 더구나 이번 달 말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은 구태의연한 행정지도를 통해 한국을 자극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공연히 경로의존에 따른 '법적 일관성'이라는 형식 논리에 갇혀 때로는 양날의 칼과 같은 감정의 정치, 공감의 외교도 필요하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한일관계는 다시금 2019년 7월로 회귀하는 불행을 겪을지도 모른다. 일본이 컵의 반을 채워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