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갈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5.02.25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새해 인사를 나눈 지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월 말이다. 모래시계의 모래는 처음에는 천천히 떨어지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갑자기 빠르게 떨어진다. 이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흐른다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의 길이가 훌쩍 줄어든 느낌이라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시간이 천천히 가서 사건, 사고도 많고 추억도 많았는데, 나이가 드니까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쏜살같이 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는 속도가 달라지는 걸까?

19세기에 이런 현상에 대해 고민한 프랑스 철학자가 있었다. 폴 자네(Paul Janet)는 같은 1년이라도 어린이는 길게 느끼고, 성인들은 짧게 느끼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했다. 5살짜리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5분의 1이지만, 50살이 된 성인에게 1년은 인생의 5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5살짜리 아이는 50세의 성인에 비해 1년을 길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생에서의 1년의 비중은 작아지기 때문에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끼는 현상을 '자네의 법칙'이라 한다.

이러한 자네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다우어 드라이스마는 저서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원제: Why Life Speeds Up as You Get Older)'에서 시간의 길이와 속도는 기억의 영향으로 왜곡된다고 강조했다. 멀리 있는 것이 마치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래전 일이 바로 얼마 전 일로 기억되는 '망원경 효과(Telescoping Effect)'나 시점별로 얼마나 많은 기억을 떠올리는가에 따른 '회상 효과(Reminiscence Effect)'로 시간감각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노던 애리조나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피터 맹건은 19세부터 70세까지의 실험 대상자에게 스톱워치를 나눠주고, 눈을 감고 3분이 지났다고 생각한 시점에 중지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그 결과 20대는 평균 3분 3초, 40대는 3분 16초, 6~70대는 3분 40초가 지난 후에 버튼을 눌렀다. 나이에 따라 40초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짧은 시간임을 감안하면 아주 커다란 차이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맹건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생체시계'가 느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람 뇌의 시신경 안에는 생체 리듬을 주관하는 생체시계가 있는데, 나이가 들어 몸의 대사 속도가 느려지면 자연스럽게 생체시계도 늦게 가면서 시간 감각이 둔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의 개수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맹건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1996년 뉴사이언티스트(The New Scientist)지에 '왜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까(Why time flies in old age)'라는 논문으로 발표했다.

신경과학자이자 듀크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워런 멕은 도파민 수치에 따라 쥐들의 시간 지각이 달라지는지 실험했다. 20초마다 먹이 레버를 누르도록 훈련시킨 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키는 암페타민을, 다른 그룹에는 도파민 수치를 감소시키는 할리페리돌을 주사했다. 그 결과 도파민 수치가 증가한 쥐들은 레버를 누르는 속도가 20초에서 18초로 빨라졌고, 수치가 감소한 쥐들은 22초로 느려졌다. 즉, 도파민 수치의 변화에 따라 인식하는 시간의 빠르기가 달라진 것이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몸의 여러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 때에는 상대적으로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지고, 반대로 도파민이 적게 분비될 때에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뇌는 나이가 들면서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고 반응하는 능력도 줄어들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베스트셀러 '인코그니토(원제: Incognito)'의 저자이자 스탠포드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이글먼은 50m 상공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실험 참가자에게 뛰어내릴 때부터 땅에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추정해 보라고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모두 실제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느껴졌다고 답변했다. 이 결과에 대해 이글먼 교수는 "강렬하고 새로운 기억은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한다"고 분석했다. 인간의 뇌는 모든 기억을 동등하게 기억하지 않고, 새롭고 충격적이거나, 강한 감정을 유발하는 기억들은 강렬하게 남는 반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은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일들이라 마치 슬로우 모션(Slow Motion)처럼 시간이 천천히 가지만, 나이가 들면서 '했던 일'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아 뇌는 익숙한 일상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며, 마치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과연 시간은 느리게 흐를까?(원제: Does time really slow down during a frightening event?)'라는 논문에 소개됐다.

지난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어린 시절에는 길게 느껴졌던 1년이 지금은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까?"라는 기사에서 일본에서도 이러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대사가 활발할수록 심리적 시간이 빠르고 진짜 시간은 천천히 지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어른은 아이보다 대사가 떨어지기 때문에 심리적 시간의 진행이 완만하고 객관적인 시간은 빠르다고 느껴진다"는 일본시간학회 회장인 지바대 이치카와 마코토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결국 '새로운 경험의 양'에 따라 시간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것들로 넘쳤고 그 모든 게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험은 반복되고 특별히 새로운 것들은 많지 않다. 그렇게 일상이 이어지면, 뇌로 들어가는 정보의 양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추억으로 남은 순간에 대한 시간 감각은 기억하는 정보량에 따라 그 길이가 재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면 시간도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으로 남지 않으면 아무것도 한 게 없이 시간만 빠르게 흘러갔다고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이 주장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똑같은 경험이라도 '현재 느끼는 시간의 흐름(passage of time judgment)과 '과거를 회상하며 인지하는 시간의 흐름(retrospective time judgment)'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는 시간도 나중에 돌이켜 보면 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새롭게 경험하는 일들이 많아서 하루하루가 바쁘게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져도, 몇 년 후에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추억도 많아서 그 시절의 시간은 아주 길었던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시차는 있지만, 파리와 뉴욕, 서울의 1초는 모두 같다. 나이는 차이가 있어도, '물리적 시간(clock time)'의 길이는 같다. 그러나 '심리적 시간(mind time)'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물리적 시간은 결코 늘릴 순 없지만 심리적 시간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단조로움에서 벗어난 새로움이 인생의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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