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국적 시위를 촉발한 국회의원의 고액 주거수당을 폐지하고,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해 경찰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내내 확산일로였던 시위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학생과 시민단체들은 치안 강화를 이유로 이날 자카르타에서 예정됐던 시위를 취소했다.
이런 움직임은 간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TV 연설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받던 과도한 특혜를 없애고 정부가 국민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할 것이라고 약속한 뒤 나왔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모든 국민에게 정부를 신뢰하고 침착함을 유지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계층을 포함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라보워 대통령은 시위대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경찰서와 지방의회 등 공공건물에 불을 지르고 재무장관과 국회의원들의 자택을 약탈하는 등 혼란이 심화하자 강력 대응을 경고한 것이다.
이날 3% 넘는 급락세로 시작했던 인도네시아 증시는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한국시간 오후 2시 현재 0.7% 안팎의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컨설팅회사 컨트롤리스크의 아흐마드 수카르소노 이사는 블룸버그를 통해 "현재 정부에 대한 유일한 견제와 균형의 창구인 거리 시위는 집권 연합이 대중의 불만에 계속 귀를 막고 혼란에 대한 책임을 시위에 돌린다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인도네시아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에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5000만루피아(약 425만원)의 주거 수당을 받아왔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5000만루피아는 자카르타 최저월급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25일 자카르타에서 시작된 시위는 28일 기동대 장갑차가 시위 중 떨어진 휴대폰을 줍던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국으로 확대되고 과격 시위로 발전했다. 오토바이 배달은 인도네시아 서민의 일상이자 주요 생계 수단이다. 그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서민의 삶을 짓밟은 비극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다.
전문가들은 시위의 근본 원인으로 심각한 부의 불평등과 부유층의 오만함을 지목한다. 지난해 자카르타 소재 경제법률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최고 부자 50명의 보유 자산은 국민 5000만명의 자산 합계와 맞먹는다.
인도네시아대학의 부교수인 아디트야 페르다나는 "대중은 엘리트들의 행동에 정말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다"며 "엘리트들은 서민의 고통에 무감각한 채 사치와 유흥을 즐기며 자기를 과시한다. 이번 시위가 약탈이라는 형태로 표출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