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미의 우군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아르헨티나에 대한 금융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밀레이 대통령과 회담에서 "그(밀레이 대통령)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우리는 아르헨티나에 관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밀레이의 철학이 옳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며 그가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가 이긴다면 우리는 그와 함께하겠지만, 진다면 우리는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자리에 함께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우리는 밀레이 대통령과 그의 연정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미국의 지원은 강력한 경제 정책에 달려 있으며, 페론주의의 실패한 정책으로 회귀하면 미국은 상황을 재고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페론주의는 아르헨티나 대통령이었던 후안 페론의 대중 영합적 경제·사회 정책이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곧 치러지는 상·하원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이 지원 여부를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26일 상원 의원 24명(전체 72명 중 3분의 1)과 하원 의원의 약 절반인 127명을 선출하는 중간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는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지니며, 2027년 예정된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집권당인 우파 자유전진당의 지지율이 좌파 성향 야당에 밀리는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환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를 위해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며 지원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증시는 양국 정상회담 전 미국의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하락 마감했다. 채권시장도 급속도로 악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아르헨티나 시장을 진정시키는데 실패했고 중간선거를 앞둔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가 "2027년 대선을 말하는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X에 "아르헨티나가 2027년 사회주의의 길을 따르며 퇴보한다면 이런 일(미국의 지원)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CNN 등 미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선거 결과를 원조 조건으로 내건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서슴없이 각국 내정에 간섭해왔다. 그는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대표가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받았을 때 이를 '마녀 사냥'이라며 프랑스 법원을 비판했다. 또 친분이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받자 브라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관련 대법관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지난 13일에는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부패 혐의로 재판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밖에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폴란드·체코·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에서 보수 성향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