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무시하는 증시…협상력 강해진 中, 美 비장의 무기는[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5.10.16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중 무역 갈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금융회사들의 호실적에 초점을 맞추며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15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가 약보합 마감했을 뿐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상승했다.

최근 6개월간 S&P500지수 추이/그래픽=김다나

이날 실적을 발표한 금융회사들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올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대로 호조세를 보였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폴 히키는 이날 개장 전에 실적을 발표한 10개 기업 가운데 8곳이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순이익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증시는 미중 무역협상 낙관

미국 증시가 중국의 강공 모드에도 이번주 들어 크게 요동하지 않는 것은 이같은 순조로운 어닝 시즌 출발과 더불어 미국 관리들이 전면적인 무역전쟁 없이 중국과 무역협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중국과 갈등을 더 키울 뜻이 없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리어 대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100% 추가 관세도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며 양국의 긴장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베선트 장관도 "중국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믿으며 결국 이 문제가 긴장 완화로 귀결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베선트 장관이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고 이달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데 대해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 같은 미중 무역 갈등의 출구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증시는 중국의 강경한 입장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증시 급락 때 대규모 저가 매수

이 같은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은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보복 조치를 밝혀 증시가 급락했을 때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로 대응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지난 10일 옵션 계약 거래는 1억1000만건이 넘었다. 이는 지난 4월4일에 기록한 1억260만건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옵션 계약이 하루에 1억건이 넘은 경우는 역사상 이 2번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마켓워치는 증시 급락을 기회로 투자자들이 증시 상승시 수익을 얻는 콜옵션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시타델 증권의 스콧 루브너는 지난 10일 옵션과 ETF(상장지수펀드), 개별 주식 등의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규모가 2021년 1월27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 1월27일은 게임스톱 등 밈 주식 광풍이 거셀 때다.

지난 10일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투자가에 비해 콜옵션은 11% 더 많이 매수하고 풋옵션은 23% 더 적게 매수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루브너는 "단기적인 뉴스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위험은 여전하지만 주식시장 근간의 기조는 건설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11월에 근접해 가면서 강력한 기업들의 실적 펀더멘털이 증시의 추가 상승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선트 "증시 하락한다고 양보 안해"

TS 롬바르드의 중국 리서치 팀장인 로리 그린은 투자자들의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에 동조하며 "여전히 긴장 완화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명백한 긴장 고조 전략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시장이 확실히 (미국의 강경책을 막는)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전날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돼 증시가 하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양보할 것으로 믿고 중국이 미국에 강경한 자세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증시를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15일 CNBC와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하락한다고 해서 중국과 협상하거나 강경 조치를 취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의 기준은 무엇이 미국 경제에 가장 이로운 것인지가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희토류가 미국의 약점

문제는 베선트 장관의 말대로 미국이 만에 하나라도 강경 조치로 돌아선다면 미중간 극한 대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WSJ의 보도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강경하게 나온다 해도 중국은 버틸만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자극하는 협상 카드로 내민 희토류 수출 통제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자동차는 물론 미국의 최첨단 무기에 필수적인 원료다. 미국은 대부분의 희토류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희토류를 전략 비축해 두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비판했다는 것 자체가 희토류가 미국의 약점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미 수출 의존도 낮아진 중국

둘째는 중국 경제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중국의 지난 9월 수출은 예상 외로 증가했다. 유럽과 남미, 아시아에 대한 수출이 급증해 대미 수출이 27% 감소한 것을 상쇄한 결과다.

중국의 지난 9월 수입도 17개월만에 최대폭으로 늘어 미국 의존도를 줄여 무역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중국도 현재 부동산 시장 붕괴와 위축된 투자 심리로 미국이 관세를 큰 폭으로 올린다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중국 경제가 이전만큼 미국에 의존적인 것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게다가 미국의 상당수 대형 기술기업에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협상 무기

그럼에도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지춘 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며 미국이 여전히 무역협상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이 미국과의 금융 관계를 통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입었는지 고려한다면 (미국의) 투자 제한은 중국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갑작스런 투자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해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ING의 외환 전략가인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우리의 기본적인 전망은 여전히 미중간 전면적인 무역전쟁보다는 관세 휴전 상태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면서도 "리스크가 다소 높아진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에 발표된 중국의 무역 통계는 중국이 강력한 수출 다변화를 통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힘을 과시할 만한 여력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현재 증시가 기대하듯 미중간 무역협상이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지만 이전보다는 중국이 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의견이다.

TSMC 실적 호조, AI주 랠리할까

한편, 대만 파운드리 회사인 TSMC는 16일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했다. 또 올해 매출액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에 제시했던 약 30%대에서 30% 중반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AI 호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날 개장 전에는 찰스 슈왑과 U.S. 뱅코프 등 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중지)이 이어지며 이날 공개 예정이었던 9월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 발표는 일제히 연기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