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핵심 인사이자 충성 지지자였던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에 대해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린 의원은 최근 마가 진영의 요구에 어긋나는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비판하고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기록 공개를 요구해왔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린 의원을 "이름뿐인 공화당원"이라고 부르며 당에 수치스러운 존재라고 비난했다. 이어 "괴짜 마조리는 불평하고 또 불평만 했다"면서 "그는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가 매일 날뛰는 미치광이의 전화만 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 지역구에서 훌륭한 인물이 마조리를 상대로 경선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 "적임자가 있다면 그 후보에게 완전하고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그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문서 공개를 막기 위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발언으로 신상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맞섰다. 그린 의원은 X(옛 트위터)에 "나는 소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고, 거의 모든 다른 공화당원들이 등을 돌리고 비난할 때조차 그를 위해 더 열심히 싸웠다"면서 "하지만 나는 트럼프를 숭배하거나 노예가 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앱스타인 관련 문서가 공개되는 걸 막기 위해 그가 이렇게까지 싸운단 사실은 정말 놀랍다"고 했다.
두 사람의 결별은 마가 진영의 균열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린 의원은 2020년 트럼프 대선 패배 후에도 그는 "트럼프가 이겼다"고 쓰인 마스크를 끼고 공개석상에 등장하는가 하면,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의회 합동 연설 당시 마가 모자를 쓰고 나타나 트럼프 대통령에 환호하는 등 트럼프의 강력한 충성파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그린 의원은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 연방정부 셧다운, 식료품 물가 상승 등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린 의원을 포함한 마가 진영 일부는 많은 미국인이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고 미니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눈을 떼고 미국 우선주의 의제에 집중하길 바라고 있다.
여기에 최근 다시 떠오른 아동 성범죄자 앱스타인 이슈는 마가 내 균열에 기름을 부었다. 마가 진영 상당수는 앱스타인 사건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면서 관련 인사들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대선 당시 앱스타인 문건 공개를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공개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에 민주당 인사의 연루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하며 관심을 분산시키는가 하면 문건 공개 요구 자체를 "정치 공작"이나 "사기"라며 비판했다.
이번 주 미국 하원은 앱스타인 문건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법안은 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에선 부결 관측이 우세하지만 하원에서 예상보다 많은 공화당 이탈표가 나올 경우, 상원도 여론을 의식해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다. 만약 상원까지 통과한 법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대통령과 앱스타인의 연루 의혹이 커져 마가 진영의 균열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CNN은 앱스타인 관련 의혹이나 정치적 파장이 하원 표결을 통해 새 분기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