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휩싸인 홍콩 아파트 7개동, 최소 44명 숨져…"과실치사" 3명 체포

정혜인 기자
2025.11.27 07:28

화재 취약 대나무 비계 사용 피해 키워
시진핑 "인명·재산 피해 최소화" 지시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 코트'(Wang Fuk Court)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AFPBBNews=뉴스1

26일 오후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지 경찰이 이번 화재와 관련해 남성 3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홍콩 SCMP는 전날 발생한 화재로 아파트 단지 8개동 중 7개동에 불이 번졌으며, 이날 현재 3개동 화재는 진압됐고 4개동은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홍콩 공영방송 RTHK를 인용해 홍콩 경찰이 이번 화재와 관련한 과실치사 혐의로 남성 3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는데, 체포된 남성들이 누구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홍콩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화재 사망자 수는 최소 44명으로 늘었고 중태에 빠진 부상자 수도 45명으로 증가했다. SCMP는 약 279명이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은 앞서 새벽 기자회견에서 "소방관 1명을 포함해 최소 36명이 사망했고 29명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들 중 7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며 추가 인명 피해를 시사했다.

이번 화재로 약 900명이 8개의 대피소로 이동했다. 리 장관은 "우선순위는 화재 진압과 구조, 두 번째는 부상자 지원, 세 번째는 복구"라며 "이후 (화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 교통부는 화재 여파로 주요 고속도로 중 하나인 타이포 로드 일부 구간을 전면 폐쇄했고, 교육국은 화재와 교통 혼잡을 이유로 27일 최소 6개의 학교가 휴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 화재 소식에 "전력을 다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26일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 코트'(Wang Fuk Court) 인근 임시 대피소 밖에 필수품들이 쌓여 있다. /AFPBBNews=뉴스1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2시51분쯤 타이포에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31층짜리 아파트 8개 동 2000세대로 약 48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 대의 소방차와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 대거 투입돼 화재 진압과 주민 구조에 나섰지만 32층에 달하는 아파트 접근이 어려워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40년 이상 거주했다는 해리 청(66)은 로이터에 "전날 오후 2시45분경 큰 소리가 들려 밖을 확인해 보니 인근 동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로이터는 "이번 화재는 1996년 11월 주룽 구역의 상업 건물 화재로 41명이 사망한 이후 최악의 참사"라며 "당시 화재는 내부 개보수 공사 중 용접 작업에서 발생한 불길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26일 오후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AFPBBNews=뉴스1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불길이 고층 아파트 건물에 설치된 가연성 대나무 비계(임시 가설물)와 공사용 그물망에 옮겨 붙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아파트는 1년 넘게 보수 공사 중이었다고 한다.

대나무 비계는 홍콩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자재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등의 안전 문제가 줄곧 제기됐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단계적으로 대나무 비계 폐지를 시작했고 공공 건설의 50%에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했다.

로이터는 "대나무 비계의 화재 위험이 단계적 사용 금지 배경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홍콩 산업재해 피해자 권익협회에 따르면 올해에만 대나무 비계 관련 화재가 최소 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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