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가 장악, 지도부 내분"…이란 '협상 밀당' 이유있네

"강경파가 장악, 지도부 내분"…이란 '협상 밀당' 이유있네

양성희 기자
2026.04.26 15:01

[미국-이란 전쟁]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사진=AFP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사진=AFP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손에 쥐고 핵무기 포기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합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배경엔 강경파 군 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사실상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온건파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이란도 전쟁으로 경제·군사적 타격을 입은만큼 마냥 협상을 미룰 수 없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이란전쟁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아흐마드 바히디 총사령관을 비롯한 혁명수비대가 이란 지도부 내 의사결정 라인을 장악하고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 진전 있는 협상이 어려워졌다. 이들은 우선 협상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ISW는 "요구를 관철시키면서 협상을 지연시키는 혁명수비대의 협상 패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해상봉쇄 풀어야 협상 가능"
미국-이란 전쟁을 보여주는 이미지/사진=로이터
미국-이란 전쟁을 보여주는 이미지/사진=로이터

ISW는 혁명수비대가 최근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간인 관료들을 배제하고 있어 실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이란 측 협상대표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혁명수비대가 장악한 가운데 내부적으로 합의된 입장이 없으니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 등 대표단이 독자적으로 나설 수 없게 된 것이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1일 1차 회담에서 이란 대표단이 논의 의사를 밝혔던 사안과 관련, 미국이 구체적으로 요구하자 (이란은)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합의를 위해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란 지도부에 내분이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란 강경파 지도자들은 1차 회담에서 협상대표단이 핵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를 인용해 강력한 최도 지도자 부재로 이 같은 내부 갈등이 벌어졌다고 봤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사망한 뒤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소통이 불가능할 만큼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경파, 핵 논의 자체에 거부감"…협상 불씨는 살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란 지도부의 내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협상 개최가 무산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 지도부가 내분을 겪고 있다"며 "필요한 상대라면 누구하고든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이란 지도부가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이란의 핵활동 제한이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막강한 협상 지렛대로 삼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대이란 해상 봉쇄에 나서자 이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잇따라 나포하기도 했다. 강경파의 태도 변화가 따르지 않는 한 원활한 협상은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란도 전쟁피해와 함께 미국의 경제적 봉쇄로 어려움이 큰 만큼 협상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있다. 이란 협상대표단을 이끄는 아라그치 장관은 26일 파키스탄으로 돌아와 협상단과 협상 준비에 다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외무부를 인용, 아라그치 장관이 오만 일정을 마치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 24일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 실세인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과 셰바즈 샤리프 총리를 만나 이란의 입장을 전달한 뒤 오만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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