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내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이같이 밝혔다. 남아공이 주최한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자국이 의장국인 내년 회의에서 남아공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1999년 G20 출범 이래 회원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아공 공격은 지난 5월 백악관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맞은 트럼프는 준비한 영상을 틀었다. 남아공에서 아프리카너스 백인(네덜란드·프랑스·독일계 이주민 후손들)이 학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영상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촬영된 장면을 조작한 가짜였다.
영상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남아공 백인들이 살해당하고 그들의 농장이 불법으로 압류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아공 정부와 일부 아프리카너스 단체조차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017년 정부 감사에 따르면 남아공 인구의 약 8%에 불과한 백인이 전체 사유 농지의 72%를 소유하고 있다. 남아공 백인의 평균 소득이 흑인보다 3배 많다는 조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남아공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도 보이콧했다. 백인 학살설이 이유였다. 어떤 미국 관리도 G20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동의 없는 정상선언을 채택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보통 정상선언은 폐회일에 채택되지만, 올해 정상선언은 미국 보란 듯이 이례적으로 회의 첫날 채택됐다.
남아공과 G20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는 외교 결례를 넘어 외교 무능을 보여준다. 시민단체 전미도시연맹(NUL)의 마크 모리얼 회장은 "트럼프는 G20 불참으로 신뢰받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역할을 재확인할 기회를 놓쳤다"며 "미국의 부재로 생긴 리더십 공백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에 선물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첫 아프리카 의장국이 개최한 G20 회의에 자리를 비운 동안, 중국 리창 총리는 G20 참석을 계기로 이웃 국가 잠비아에 들러 14억달러 규모 철도 협정을 체결했다. 거짓 정보로 한 나라를 배제하려다 스스로를 배제하면서 만든 미국의 빈자리는 경쟁국들이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