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치킨 시켜"…투자대가 찰리 멍거의 마지막 시간들[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김재현 전문위원
2025.12.06 15:33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멍거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로이터=뉴스1

워런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시총 1조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일군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2023년 11월28일 만 100세를 한 달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다.

미국에서도 멍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지 지난달 2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찰리 멍거의 마지막 시간에 관한 열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게재했다.

멍거는 말년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노화와 함께 오는 도전에 맞섰다. 특히 젊을 때는 까다롭고 신랄한 태도로 사람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던 멍거가 마지막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며 살았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햄버거와 탄산 음료를 즐기는 멍거가 스팸 볶음밥을 좋아하고 마지막 배달음식으로 치킨을 시켰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친밀감을 가져다 준다. 멍거의 마지막 시간을 들여다보자.

"AI 시대에도 무어의 법칙이 유효할까?" 마지막까지 호기심 간직한 멍거

멍거는 말년에도 오랫동안 거주해 온 로스엔젤레스(LA) 자택에 그대로 살았으며 에어컨도 없는 서재에서 무더울 때는 친구들이 가져온 선풍기와 얼음으로 열을 식히며 똑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오션뷰를 가진 해안가 저택에서 조용한 생활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멍거가 이곳을 택한 건 그가 좋아하는 사람,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바로 지척에 있었기 때문이다.

멍거는 세상을 떠나기 2주 전에도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무어의 법칙이 유효할 것인지 묻는 등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년마다 2배 증가한 것처럼 AI도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한 것이다.

멍거는 로스엔젤레스, 버핏은 오하마에 살았기에 둘은 1~2주 간격으로 장시간의 통화를 했으며 일상적으로 멍거는 로스엔젤레스 인근의 지인들과 많이 교류했다.

석탄 채굴업체 투자로 5000만달러 평가익을 올린 멍거

멍거는 서재의 안락의자에 앉아 책장에서 미국 투자 리서치 전문회사 밸류 라인의 자료를 묶은 바인더를 꺼내 상장 기업들의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곤 했다. 2023년 멍거가 평생 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석탄 채굴 업체가 멍거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석탄 소비량은 장기적인 감소 추세로 투자자들이 업종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여겼다. 이에 따라 많은 채굴업체들이 수익을 올렸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에 거래됐다. 멍거는 지인들에게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석탄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멍거의 지인은 멍거가 석탄산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말도 안 되는 소리야!"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2023년 멍거는 석탄 채굴업체 콘솔 에너지와 알파 메탈러지컬 리소시스를 사들였으며 그해 11월 말 멍거가 사망하기 전까지 이 두 회사 주가는 크게 뛰어 멍거는 5000만달러 이상의 평가익을 얻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노년의 병환과 마주친 멍거

멍거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말년에 건강 문제에 직면했다. 1978년 멍거는 백내장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의사의 실수로 왼쪽 시력을 잃었다. 그는 집안에 밝은 조명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했는데 2014년경 오른쪽 눈의 시신경에도 문제가 생겼다.

멍거는 시력을 완전히 잃을 위험에 처했지만, 이 역경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리 루 히말라야 캐피탈 회장은 회고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리 루는 멍거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로 중국 전기차 회사 BYD를 멍거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멍거는 생활 방식을 조정하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했으며 다른 방법들도 고민했다.

멍거는 백내장 수술 실패 후 잠시 배웠던 점자를 다시 배워야 겠다고 말했지만,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게 됐다. 오른쪽 시력이 점차 나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움직임이 조금씩 불편해졌다. 2016년 멍거는 오랫동안 좋아하던 골프를 더 이상 칠 수 없게 됐고 지팡이에 의지하게 했다. 좋아하는 브리지 게임을 다른 사람과 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나이들어 따뜻하고 사려 깊어진 멍거

2010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멍거는 외로움과 세상과 무관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기분을 북돋기 위해, 멍거는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화요일 조찬' 모임이 대표적이다. 멍거는 매주 화요일마다 로스엔젤레스 컨트리 클럽에서 기업가 등 약 6명의 지인들과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모임은 대개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해서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들은 투자에 대해 논의하고 신랄한 논쟁도 벌였지만 농담도 주고 받았다. 멍거는 테이블 맨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고 철학을 나눠줬다.

조찬 모임 멤버였던 제이미 몽고메리 마치캐피털 창업자는 "그는 항상 '버크셔의 상위 5개 투자 종목을 제외하면 수익률은 그저 평범한 수준이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수의 성공적인 투자만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한 것이다.

젊을 때는 까다롭고 신랄한 성격이었던 멍거는 나이가 들면서는 따뜻하고 사려깊은 모습으로 변했다. "내 나이가 되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든지, 친구가 아예 하나도 없든지 둘 중 하나야"라고 멍거는 조찬 모임 멤버에게 말했다. 한 멤버는 "우리 모두 찰리에게서 배웠고 찰리도 우리에게서 배운다는 점을 좋아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시킨 건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

멍거는 먹는 즐거움을 즐기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매주 금요일 점심마다 친구들은 멍거의 집으로 맛있는 음식을 각자 가져와서 함께 먹는 포트럭 파티를 가졌다. 부드러운 식빵에 버터를 바른 치킨 샌드위치도 빠질 수 없었는데, 때로는 식빵 가장 자리를 잘라내기도 했다. 친구들은 과일이나 샐러드와 함께 체리 파이와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가져왔다. 제이미 몽고메리는 가끔 시즈캔디를 특별히 대접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멍거의 가족은 멍거가 건강식을 먹도록 시도했지만, 멍거는 시큰둥했다. 멍거의 손주 며느리는 멍거가 "물을 독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조금씩 홀짝거렸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가족들도 마침내 두 손 들고 배달 음식을 시키기 시작했다. 재밌는 건 멍거가 즐긴 마지막 배달음식이 한국식 치킨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배달시킨 건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이었어요. 치킨 한 마리에 김치 볶음밥, 그리고 와플 감자튀김요" 멍거의 손주 며느리가 말했다.

멍거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육군항공대에 복무할 때 접했던 스팸 볶음밥을 좋아했다는 것도 재밌는 사실이다. 멍거의 입맛은 크게 까다롭지 않았는데, 코스트코에서 파는 핫도그를 좋아했고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 중 하나도 인앤아웃 버거와 다이어트 콜라였다.

"다시 86살이 되고 싶네요"

멍거는 2024년 1월1일 열릴 예정이던 100번째 생일 파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 등 많은 지인들은 멍거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멍거의 건강이 악화됐다. 멍거는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멍거는 자신이 남긴 레거시(유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신의 업적에 만족하며 버크셔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한 번 구축되고 나면 (그것을 운영하기 위해서) 워런이나 찰리가 될 필요는 없어요"라며 우리가 가진 건 투자를 바라보는 프레임워크였다고 멍거는 덧붙였다.

멍거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침울한 분위기에 빠진 가족들에게 다이어트 콜라가 장수의 원인이었다며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었다. 그리고 방문객에게 자신의 소원도 털어놓았다.

"아, 다시 86살이 되고 싶네요."

멍거는 2023년 추수 감사절 저녁 늦게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한 후 버핏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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