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430명·실종 수천 명, 라과이라 약탈 목격…콜렉티보·군경 혼재 속 무정부 공포

자연재해 위에 인재(人災)가 겹쳤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을 강타한 규모 7.2, 7.5의 연속 강진으로 사망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PBS 뉴스아워에 따르면 27일 기준 사망자가 1430명에 달하며 국제이주기구(IOM)는 600만 명 이상이 영향을 받았고 수도 카라카스에서만 200만 명이 피해 지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무너진 건물 못지않게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치안 붕괴다. 로이터통신은 라과이라 일대 최소 두 곳의 상점에서 약탈이 벌어지는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식량과 물을 찾는 주민들이 폐허가 된 거리를 헤매는 가운데, 일부는 생존을 위해 상점을 털었다.
치안의 빈틈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베네수엘라 특유의 권력 구조다. PBS는 "베네수엘라에는 범죄 조직과 콜렉티보(colectivos)라는 무장 민병대가 도시 전체 블록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콜렉티보는 구 마두로 정권에 충성하던 오토바이 무장 집단으로, 수십 년간 반정부 시위대를 탄압해온 세력이다.
더 컨버세이션은 "무질서와 약탈, 그리고 치안 상황의 추가 악화 가능성이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며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의 친정부 치안 세력은 반정부 시위나 군중에 의해 아직 제대로 시험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는 1만4000명 이상의 군경이 피해지역을 순찰 중이며 현재 해당지역 접근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로이터통신 취재진은 라과이라 지역 병원 입구에서 경찰이 건물 접근을 통제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병원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주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구호 인력을 향해 "그들은 아레파(베네수엘라 전통 음식)나 먹고 사진이나 찍으러 왔다. 유니폼도 우리처럼 더럽지 않다. 우리는 사흘째 이러고 있다"고 소리쳤다. 구조 장비 부족도 심각하다. 한 주민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 하지만 굴착기 같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콘크리트 더미를 맨손으로 파헤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언론 통제도 구조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언론 환경이 가장 통제된 국가 중 하나로, 이번 재난 관련 피해 상황과 사상자 정보를 파악하기가 극히 어렵다. VE 신 필트로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뉴스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VPN 등 검열 우회 도구를 포함해 200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차단돼 있다. 유엔도 즉각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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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베네수엘라 진상조사단은 당국에 "모든 언론 매체와 소셜미디어에 대한 접근 제한을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하며 "앞으로 몇 시간과 며칠이 사람들의 생명, 안전, 복지를 위해 결정적 시간"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지원은 속속 도착하고 있다. 멕시코, 미국, 브라질, 엘살바도르, 프랑스 등 각국에서 구조대가 투입됐고 27일까지 17편의 항공편에 1600명 이상의 구조대원이 현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이 구조의 효율을 갉아먹고 있다. 마두로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경제 붕괴와 극도로 취약한 공공 인프라, 거기에 올해 초 미국의 마두로 체포 이후 조성된 정치적 공백이 겹쳐 재난 대응 역량 자체가 바닥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강진이 할퀸 나라에서 치안과 정보와 신뢰 모두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