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2기 첫 법안 거부권 행사…보복성 조치 논란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1.01 02: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처음으로 연방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CBS 뉴스 등 미국 언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가 단순한 정책 판단을 넘어 정치적 보복 성격의 조치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미 서부 지역 식수 공급을 위해 수십년 동안 진행된 수도관 건설 사업에 연방정부 재정을 투입하기 위한 법안(아칸소 밸리 송수관 완공 법안)과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내 오세올라 캠프 지역을 미커수키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확장하는 법안(미커수키 보호구역 수정법) 등 2건이다.

두 법안 모두 민주·공화 양당의 지지를 받아 상·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백악관은 해당 법안이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거부권 행사 결정이 재정 부담과 행정 권한 침해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송수관 법안의 경우 연방비용 대비 기대 효과에 대한 경제적 우려를 거부권 행사 이유로 들었다. 원주민 보호구역 법안에 대해선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지원 확대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거부권 행사 이면에 정치적 갈등이 있다는 논란이 한창이다.

대통령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의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에게 공화당 소속 전직 선거관리원 티나 피터스의 사면을 요구했다가 거부 당하자 보복성 조치로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피터스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투표기기 하드디스크를 복사해 빼냈다가 징역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송수관 법안 공동발의자로 한때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한 로렌 보버트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이름을 올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보버트 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기록 공개를 주도했다.

미 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기 위해서는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미 현지언론에선 정당 의석 수를 고려할 때 의회가 재의결을 통해 거부권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를 두고 초당적 반발이 커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향후 의회의 입법 과정에서도 정부 정책 노선과 어긋날 경우 초당적 법안에도 거부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엔 법안 거부권을 10차례 행사했다. 이 가운데 1건에 대해 의회가 재의결해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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