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탈리아산 파스타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관세가 최대 90%포인트가량 인하된다. 이는 수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협상을 벌인 '유럽의 트럼프 조련사'(Trump whisperer)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승리이자, 관세로 인한 자국의 물가 상승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상무부가 이날부터 적용할 예정이던 반덤핑 관세를 2~14% 수준으로 대폭 인하했다"며 "미국은 3월 마무리될 예정인 반덤핑 조사에 앞서 관세 조정을 조정했고, 이는 미국 당국이 우리 기업의 협력 의지를 인정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미국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이탈리아 파스타 업체 13곳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제품에 대한 91.74%의 반덤핑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관세는 올해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미국은 EU산 제품에 기본 관세 15%를 부과 중으로, 반덤핑 관세까지 포함되면 미국에 수출되는 이탈리아산 파스타에는 106.74%의 관세가 적용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인하로 이탈리아산 파스타에 대한 관세는 17.26~28.98%로 낮아진다. 업체별 조정된 관세율은 라몰리사나(La Molisana) 2.26%, 가로팔로(Garofalo) 13.98%이고 나머지 11개 업체는 9.09%다.
이와 관련해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발표된 예비 분석 결과,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업체들이 '상무부의 우려 사항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번 관세 인하가 반덤핑 조사 결과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대변인은 "(이탈리아) 파스타 업체에 어떤 관세를 부과할지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며 "최종 결과는 3월12일에 발표될 예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모든 정보를 반영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제 조정을 설득하기 위해 수개월간 노력해 온 멜로니 총리의 큰 승리로 평가될 것"이라며 "미국의 파스타 관세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 능력으로 유럽의 트럼프 조련사라는 별명을 얻은 멜로니 총리에게 당혹스러운 과제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압박에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도 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는 생활비 부담과 높은 소비자 물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했던 200개 이상의 식품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회했다"며 이번 결정 역시 정치적 압박 해소를 위해 관세 완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는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업체 13곳은 미국 파스타 수입량의 약 16%를 책임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와 물가는 관계가 없다며 물가상승의 책임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인 생활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식품·생필품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거나 부과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백악관은 전날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1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소파, 주방 수납장 등 가구 관세 인상을 2027년 1월1일로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을 막판에 낮추거나 미루는 모습이 계속되면서 지난해엔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라는 표현도 쓰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