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용카드 회사들에 1년 동안 이자율을 최고 10%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신용카드 이자율은 카드 사용 금액 중 미결제 잔액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의미한다. 카드사 수익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미국 금융주 주가는 급락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카드사들이 20~30% 이자율을 부과해 미국 국민에 바가지 씌우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20일부터 1년 동안 카드 이자율 상한을 10%로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드사들이 이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법 위반"이라면서 "일부 업체들은 28%, 거의 30%에 달하는 이자를 받는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30%를 내고 있단 사실조차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에 12일 뉴욕증시에선 카드 사업을 운영하는 금융주들이 급락세를 보였다. 캐피탈원파이낸셜이 6.4% 추락했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4.2% 미끄러졌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메이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대통령이 제안한 이자율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카드 부문에서 1년 치 수익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면서 "이 조치는 신용카드 산업의 경제성을 훼손하고 카드사들의 신용공여를 중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소비자금융보국(CFPB)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한 신용카드 이자는 약 1600억달러(약 235조원)로 2년 새 52%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신용카드 이자율은 평균 23%며 19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10%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다.
20%를 웃도는 카드사의 고율 금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정가의 주요 관심사였으나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좌초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카드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울지, 아니면 수십억 달러의 이자 수입을 포기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미국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단독주택 매입 금지를 추진한다고 예고하면서 월가 투자사들을 긴장시켰다.
일각에선 카드 이자율 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 투자은행 KBW 애널리스트들은 행정부가 의회의 법 개정 없이 이자율 상한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행정부가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들을 압박하거나 인수·합병(M&A) 심사를 강화하는 식의 우회적인 방식을 동원할 수는 있다고 봤다.
미국 대형 은행들을 대표하는 은행정책연구소와 소비자은행협회는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이 보다 저렴하게 신용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대통령의 목표에 공감한다"면서도 "10% 이자율 상한제는 되려 신용 접근성을 낮추고 신용카드를 필요로 하고 잘 활용하는 수백만 미국 가계와 소상공인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단 점을 여러 자료가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