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해법, 키프로스식? 편입?…풀어야 할 과제 산적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02.01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그린란드 놓고 갈등 빚는 미국·유럽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로이터=뉴스1) 이호윤 기자 = 그린란드 시민들이 17일(현지시간) 수도 누크에 있는 미국 영사관 앞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시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이호윤 기자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미국과 이에 반발한 유럽 간 갈등이 커지면서 미국의 전략과 향후 해결 방안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미국 전략에 대한 주요 해석과 전망되는 해법을 짚어봤다.

회색지대 전략… '접근' 용어로 유럽 반발 희석 의도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이후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접근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관세 협박과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미 국채 매각 등 유럽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자 미국은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했고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 '접근권'을 확보했다면서 한발 물러선 것은 미국의 '회색지대 전략(군사력대신 모호한 수단을 통해 안보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을 통해 그린란드를 포함한 서반구 전체를 미국의 독점적인 영향권 아래 두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린란드에 대한 영구적∙전면적 접근권을 확보하고 북극권의 안보와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접근(access)'이라는 개념 변화에 주목한다. 지난 1951년 미·덴마크 방위협정 이후 미국의 접근권은 안보적 필요에 따라 그린란드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즉 주권까지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접근권은 미군 기지가 위치한 구역에 대해 사실상 영토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그린란드에 미군 기지 건설을 확대함으로써 공식적인 영토 병합 없이도 법·제도·군사·경제적 차원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유럽과의 동맹 균열은 일단 봉합됐지만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영토적 야심을 '접근'이라는 용어로 대체해 유럽의 반발을 희석시키면서 한발 물러난 것은 전술적 후퇴이자 미국판 회색지대 전략"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6.1.2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키프로스식 해법…광물 자원 개발 권리 문제 등에서 차이

현재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의 향방은 단기간에 결정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선택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이른바 '키프로스식' 해법이 거론된다. 과거 키프로스 독립 당시 영국이 두 곳의 군사기지를 확보해 영국 주권이 적용되는 '주권기지(SBA·Sovereign Base Areas)'로 삼은 사례와 유사하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주권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되 미국이 주둔한 군사기지와 광물 개발 지역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이 그린란드 전체를 소유할 경우 예상되는 외교적·정치적·사회적 부담을 피하면서도 전략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모델이 그린란드에 적용될 경우 골든돔 기지나 핵심 광물 개발 거점이 지정되고 해당 구역은 덴마크 법이나 그린란드 자치법이 아닌 미국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미국은 중국 자본 접근을 차단하고 북극권 군사∙자원 거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물론 미국의 법적∙제도적 권한이 미치는 '주권기지'가 대규모로 확장될 경우 그린란드 주민과 덴마크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키프로스에서도 영국이 광물 자원 개발 권리를 주장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개발 허가, 비용 분담, 환경 문제, 이권 배분 등에 대한 추가 협상이 불가피하다.

유준구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협상을 통해 군사기지나 골든돔, 광물 개발 등에 나토나 유럽이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유럽과 나토는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 부담을 지는 반면 군사적, 경제적 실익은 미국이 가져가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로 포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장기적 차원으로 그린란드의 독립과 미국의 자치령 편입 시나리오를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국제법상 그린란드 주권을 곧바로 미국으로 이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민의 자결권에 따라 독립할 수 있으며 이후 미국과 자치령 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 덴마크의 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그린란드에 대해 미국이 더 큰 지원을 보장할 경우 독립 요구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김동규 시사문예지 파도 편집장은 "그린란드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은 현재도 독립에 대한 선호가 높고 경제적 의존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며 "향후 그린란드가 독립할 경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수도 있고 알래스카나 뉴햄프셔의 한 구역으로 편입을 보장한다면 미국은 훨씬 수월하게 그린란드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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