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엔진" 미네소타, 트럼프 '이민전쟁' 최전선 된 이유[WHY]

정혜인 기자
2026.02.01 13:25

[WHY]

[편집자주] 어지러운 뉴스의 이면 ,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풀어 드립니다.

메트로 서지 작전(Operation Metro Surge).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진행중인 대규모 이민 단속 명칭이다. 이민자가 많은 대도시 뉴욕, LA(로스앤젤레스), 시카고가 아니라 중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최대 작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 연방 요원들의 강경 진압과 민간인 피해가 잇따랐고 과잉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졌다.

미네소타는 6년 전에도 미국의 정치적 화약고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1기이던 2020년, 인종 차별 공권력 남용에 대한 논란을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바로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졌다. 국내엔 비교적 생소한 이 지역이 왜 '트럼프 이민 전쟁'의 최전선이 됐을까.

1월2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딜리에서 5세 소년 리암 라모스와 그의 아버지가 구금된 가족 수용센터 밖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 분사액(페퍼 스프레이)을 분사하며 체포하고 있다. /AP=뉴시스
'복지 사기' 계기로 대규모 강경 이민단속

지난해 말 미네소타주에선 코로나 팬데믹 시기부터 노숙자·자폐아 등을 대상으로 한 급식 보조금 등을 횡령한 사건이 적발됐다. 미 연방 검찰은 미네소타주 비영리단체 '피딩 아워 퓨처'가 팬데믹 시기 아동 급식 보조금 약 3억달러(4326억원)를 횡령했다며 2022년부터 지금까지 관계자 90명 이상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사람들이 대부분 소말리아계 이민자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건이 "주 정부의 느슨한 이민·복지 정책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며 강력한 이민단속 명분으로 내세웠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 작전이 미네소타에서 펼쳐진 배경이다. 그런데 단속 및 반대시위 대응 과정에서 미니애폴리스 민간인 2명이 연방 요원의 총격에 사망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공권력, 특히 연방 권력의 지역 개입에 대한 불신이 커질대로 커진 미네소타가 반발했다.

이들에게 이민 단속은 단순한 행정 집행이 아닌 '연방 통제의 확대'였다. AP에 따르면 미네소타 시위대는 거리에서 "국가권력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외친다. 미니애폴리스는 미네소타 최대도시다.

1월29일(현지 시간)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37세 르네 니콜 굿(가운데)과 알렉스 프레티를 묘사한 포스터들이 프레티가 사망한 현장 인근 벽에 게시돼 있다. /AP=뉴시스

여기엔 보다 뿌리깊은 지역적 특징이 있다. 미네소타는 19세기 말부터 유입된 이민자를 중심으로 성장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이 지역은 19세기 후반 스칸디나비아계와 독일계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하면서 본격적인 경제 성장이 시작됐다. 이민자들은 철도 건설, 농업, 벌목업 등의 핵심 노동력 역할을 했다. 미네소타는 곧 밀가루를 대량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제분업 지역으로 떠올랐다.

이는 제너럴 밀스와 같은 대형 식품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제너럴밀스는 하겐다즈 등 굴지의 브랜드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이다. 식품을 바탕으로 유통과 제조, 물류 산업도 성장했다. 지금도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 베스트바이, 소재기업 3M의 본사가 미네소타에 있는 이유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의 지역별 경제 정체성을 분석한 기사에서 미네소타를 "이민자들이 일궈낸 미국 소비 경제의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친이민 정책·민주 지지세가 독?

미네소타에서 '이민자'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 경제 성장을 함께 만들고 유지해 온 공동체의 일원이다. 미네소타주는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면허를 발급하는 '모두를 위한 운전면허', 주정부의 공권력과 예산이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노스 스타 법'(North Star Act) 등 친(親)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연방정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장인력이 투입된 것은 정치적 의미를 강하게 띤다. 미네소타는 역사적으로 이민자 비율이 높다보니 민주당 지지 성향이 뚜렷하다. 특히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와 날을 세웠던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이다. 월즈 주지사는 밴스 부통령 후보와 치열한 TV토론도 벌였다.

1월28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딜리에서 이민 단속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경찰의 최루 분사액(페퍼 스프레이)을 맞은 후 괴로워하고 있다. 이 남성의 옆에는 "예수도 미국세관단속국(ICE)을 싫어한다"는 푯말이 놓여져 있다. /AP=뉴시스

일각에선 대규모 이민단속에 미네소타의 예산 유용 문제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선택도 한 배경이라고 본다. 월즈 주지사의 행정력을 도마에 올린 측면도 있다. 이 선택은 이민자들이 일구고 성장해 온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과 정면충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이민 행정 집행을 넘어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간 관계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을 우려한다. AP에 따르면 지미 구룰레 전 LA 연방 검사는 미니애폴리스 민간인 사망 사건 조사 관련 법무부와 주·시정부 간 갈등을 언급하며 "현재 미네소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전례 없는 일이다. 연방 당국과 주 정부의 협력이 약해진 수준이 아니라 관계가 아주 깨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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