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AI(인공지능)분야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AI로 사업에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매도세가 번져가며 'AI 공포 트레이드'가 진행 중이다. 반면 시장의 AI 관련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한 대형 헤지펀드는 빅테크(대형 IT기업)에 추가투자도 했다.
뉴욕증시에서 AI가 소프트웨어(SW)산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작된 '공포 트레이드'는 1주일 새 사모신용회사, 자산관리회사, 보험중개회사를 거쳐 11일(현지시간)엔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회사를 강타했다. CBRE그룹과 존스랭라살 주가는 12%씩 급락했고 쿠시먼&웨이크필드는 14% 빠졌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회사는 기업들이 어디에 사무실을 내고 운영할지 컨설팅하는 기업의 부동산 전략수립과 부동산 자산 및 건물관리, 빌딩매매 중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AI가 고임금의 노동집약적인 부동산 컨설팅 및 데이터 분석업무를 대체하고 AI가 사무직 업무를 상당부분 자동화하면서 기업들의 사무실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이날 이들 업종을 덮쳤다.
이번주엔 독립 GA(보험대리점) 성격의 미국 보험중개회사들도 AI 폭탄을 맞았다. 이는 지난 9일 스페인의 온라인보험사 투이오가 '챗GPT' 기반의 주택보험 추천앱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미국 보험중개회사 마시&맥레넌, 아서제이갤러거, 에이온, 브라운&브라운 등은 지난 9일 7~13% 급락한 뒤 11일에도 약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일엔 독립 재무설계사들에게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트루이스트가 자사의 AI 플랫폼인 헤이즐을 통해 고객의 개인 세무신고서, 급여명세서, 계좌내역서 등을 읽고 몇 분 만에 개인화한 세무전략을 수립한 뒤 자산배분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 영향으로 LPL파이낸셜, 찰스슈와브 등 금융서비스 회사들이 연이틀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공포매도의 시발점인 소프트웨어주는 3거래일 동안의 숨고르기 끝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가 각각 2.2%와 2.8% 내려가는 등 하락세를 재개했다. 소프트웨어사에 대한 대출비중이 높은 사모신용기업들의 주가도 역풍을 맞았다.
키프, 브루엣&우즈의 애널리스트 제이드 라마니는 이날 고객메모에서 "AI가 다른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문제인데도 투자자들이 복잡한 거래체결 과정에 드리운 리스크에 단기적으로 과민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UBS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메러디스는 보험중개업에 대해 "상업용 보험 같은 복잡한 보험계약 결정은 여전히 전문가의 조언이 중요하다"며 "AI가 소비자들의 보험선택을 도울 수는 있지만 전문가 조언의 필요성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CNBC방송은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이 이끄는 헤지펀드 퍼싱스퀘어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퍼싱스퀘어는 이날 투자자 설명회 자료에서 "메타가 AI 시장에서 확보한 장기적인 잠재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본다"며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사업을 하는 회사 중 한 곳인데 주가가 상당히 할인됐다"고 설명했다. 매입시기는 지난해 4분기며 전체 펀드자금에서 메타에 대한 투자비중은 10%가량이다. 퍼싱스퀘어는 AI 과잉투자 논란에 대해선 "AI 관련 지출에 대한 우려는 AI로부터 기대되는 장기상승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