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시작된 '아동·청소년 SNS(소셜미디어) 금지' 조치가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로 번지고 있다. 유럽 10여개국이 잇따라 추진하면서 미국과 새로운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를 운영하는 빅테크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어서다.
16일 외신을 종합하면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은 지난해 12월 호주가 처음으로 시행했다.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SNS 계정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미성년자 소유로 추정되는 470만개 이상 계정이 비활성화되거나 삭제됐다.
이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가 잇따라 '아동·청소년 SNS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를 검토 중인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 외에도 포르투갈, 덴마크, 그리스, 노르웨이, 폴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페인, 체코 등으로 10여개국에 이른다. EU(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청소년 SNS 사용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는 호주보다 연령을 더 낮춰 '15세 미만'으로 검토 중인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의 두뇌는 상품이 될 수 없고 그들의 감정 또한 미국 플랫폼이나 중국 알고리즘에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더 나아가 아이들을 '무법지대'에서 보호하겠다며 SNS에서 불법·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확산한 플랫폼 기업에 형사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혐오 확산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도록 하겠다"며 "이런 플랫폼은 스페인을 포함한 많은 국가보다 더 부유하고 강력한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셈이다. 이에 SNS X(엑스·옛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는 산체스 총리를 '폭군', '배신자', '전체주의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SNS 사용 규제를 검토하면서 미국과 유럽 사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린란드 전쟁에 이어 플랫폼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럽의 SNS 규제가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미국 빅테크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발하면서 관세 부과를 압박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 문제로 미국 정부가 다시 유럽 국가들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프랑스 등 EU 국가들에 보복 조치를 취하면 EU 전체에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외신도 SNS 규제가 정치·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은 미국 빅테크에 북미 다음으로 큰 시장"이라며 "SNS 규제가 미 빅테크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 연구소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선임연구원은 "유럽은 기술 대기업의 핵심 돈줄이기 때문에 SNS 규제는 이들 기업에 큰 문제"라며 "미국이 이 같은 조치를 정치적 문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이른바 'SNS 중독 재판'이 시작됐다. SNS가 청소년을 중독시킨다며 20세 여성이 메타, 유튜브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다. 이 여성은 자신이 10년 넘게 SNS에 중독되면서 불안, 우울증, 신체장애 등을 겪었다는 입장이다. 빅테크가 의도를 갖고 설계한 것 아니냐며 책임을 묻고자 소송을 낸 것이다. 이와 관련, 조만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가 법정 증언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