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민 '영하 20도'에 떠는데…전 에너지 장관, 국외 탈출 시도

정혜인 기자
2026.02.16 14:47

'부패 혐의' 전 장관, 국경 넘으려다 체포…키이우 시장 "우크라 독립국 장담 못해"

게르만 갈루셴코 전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뉴스1

'부패 혐의'를 받는 우크라이나 전 에너지부 장관이 국외 탈출을 시도하다 현지 당국에 체포됐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공습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고, 정부 주요 인사의 부패 혐의로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리더십에 균열이 생기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국가가)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고 탄식했다.

15일(현지시간) BBC·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반부패수사국(NABU)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다스 사건'의 일환으로 수사관들이 국경을 통과하던 전직 에너지 장관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구금한 전직 에너지부 장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현직 언론은 구금된 인물을 지난해 부패 혐의로 사임한 게르만 갈루셴코(German Galushchenko) 전 장관을 지목했다.

갈루셴코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열차 안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의 정확한 행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 우크라이나 프라우다는 소식통을 인용해 "갈루셴코가 열차에서 강제로 내려졌다"고 전했다.

'미다스 사건'은 15개월간 진행된 대규모 반부패 수사다. 수사당국은 당국자들이 국영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과 관련 계약에서 10~15% 수준의 뒷돈을 조직적으로 수수한 정황을 조사 중이다. 이들은 해당 자금을 세탁해 러시아 등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은 러시아군의 에너지 시설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던 시기에 발생했고, 이에 따라 젤렌스키 행정부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갈루셴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1억달러의 횡령 혐의에 연루된 여러 정부 인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2021년부터 지난해 사임 전까지 에너지 장관을 지냈고, 지난해 7월에는 법무장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특별반부패검찰청(SAPO)은 갈루셴코 전 장관이 에너지 분야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 티무르 민디치의 불법 자금 흐름 관리를 도왔고, 그 과정에서 에네르고아톰과 거래하는 업체들로부터 계약 금액의 10~15% 수준의 뒷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다르니차 화력발전소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후 작업자들이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AP=뉴시스

"러 공습으로 붕괴 직전, 푸틴 목표는 '우크라 독립' 파괴"

우크라이나는 현재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이나 안전보장, 영토 문제 등 주요 쟁점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오는 6월을 새로운 시한으로 제시하며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 체결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의 영토 타협, 정권 교체가 뒤따를 수 있는 선거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인프라 특히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며 종전 협상의 주요 쟁점인 영토 문제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키이우의 현재 상황을 "붕괴 직전"이라고 표현하며 러시아와의 전쟁 상황에 대한 암울한 평가를 내놨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반복적인 공습으로 전력망이 타격을 받아 정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한 여성이 무료 배급소에서 따뜻한 음식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클리치코 시장은 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주요 인프라 시설을 향한 러시아군의 무자비한 공습이 키이우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었다"며 "지금 당장 우리나라(우크라이나)의 미래, 즉 우리가 독립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략에 대해 "누군가를 죽이려면 심장을 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요 목표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시크), 크름반도가 아닌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전체다. 그는 우리의 독립을 파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의 계속된 공격으로 복구작업도 소용이 없다며 유럽의 지원도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350만명에 달하는 키이우 시민들은 러시아군의 에너지 시설 파괴로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진 혹한의 추위를 난방과 전력 공급 없이 버티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키이우에서 1600개 건물의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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