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팀이 희귀질환 진단 정확도를 24%포인트 끌어올린 AI(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미 전 세계 6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사용중인 이 시스템은 국제 최상위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2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상하이교통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신화병원의 쑨쿤 교수, 위융궈 교수 연구팀과 상하이교통대학교의 장야 교수, 셰웨이디 부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희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AI 시스템 'DeepRare(딥레어)'를 개발했다. 관련 연구 성과는 전일 네이처에 게재됐다.
딥레어는 희귀병 추론 과정 추적이 가능한 세계 첫 희귀질환 AI 진단 시스템이다. 기존 의료 AI는 진단 결과를 제시하긴 했지만 마치 결론만 말하고 근거는 설명하지 않는 의사와 같아 신뢰하기 어려웠다. 딥레어는 이 같은 문제를 '증거사슬'이란 추론 모델로 풀었다. 경험 많은 의사가 회진을 돌며 단계별로 진단 근거를 설명하듯,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하나하나 보여준다.
'가설 생성'은 증거사슬 추론 과정의 첫 단계다. 환자의 임상 증상을 입력하면 여기에 부합하는 희귀질환 후보군을 다수 생성해 1차 감별진단 목록을 도출한다. 기존 AI는 여기서 바로 '정답'을 제시하지만 딥레어는 '후보군'을 먼저 제시하는 셈이다. 다음 단계는 '증거 탐색'이다. 글로벌 의학 데이터베이스와 희귀질환 사례 데이터 등을 검색해 각 후보 질환과 증상을 대조한다.
이어 '추론 체인 구축' 단계를 통해 각 희귀병 후보군에 대해 어떤 증상이 일치하고 불일치하는지, 어떤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를 논리 구조를 갖춰 제시해준다. 딥레어가 기존 AI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마지막 '자기 수정 루프' 단계에선 추가 정보를 입력하고 기존 가설을 수정한 뒤 우선 순위를 재정렬해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낸다.
딥레어는 이 같은 '증거사슬' 추론 모델을 통해 유전자 검사 결과 없이 환자의 임상 증상만으로도 첫 진단 정확도가 57.18%에 달했다. 이는 기존 국제 최고 모델보다 약 24%포인트 높은 수치다. 유전자 검사 장비가 없는 의료기관에서도 희귀질환 환자를 선별해낼 수 있는 셈이다. 유전자 데이터까지 반영하면 진단 정확도는 70% 이상으로 올라간다.
딥레어는 논문 속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온라인 진단 플랫폼을 통해 운영을 시작했으며 반년 만에 전 세계 600여 개 의료기관이 사용 중이다. 중국 내 대형 병원은 물론 유럽과 미국의 연구기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상하이 신화병원에서는 조만간 정식 운영에 들어가 희귀질환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을 보조해 진단 오류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쑨쿤 교수는 "다음 단계로 글로벌 희귀질환 진료 연합체를 출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6개월 안에 2만 건의 실제 사례를 통해 시스템을 추가 검증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