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무효로 판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15%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법원 판결 직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가 하루만인 21일 법률상 최고치인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무역법 122조 관세'는 오는 24일부터 부과된다. 법률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150일까지 유지되고 연장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상호관세가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 관세를 임시방편으로 삼아 전 세계를 상대로 다시 한번 무역전쟁을 치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향후 몇 달 안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새로운 관세를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관세 무기화'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시장에선 전 세계 무역·통상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상호관세를 인하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미(對美) 투자를 포함한 무역협정에 합의했던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향후 정책에 변수가 더 늘어나게 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것을 두고도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한 뒤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사전 조사와 공청회, 판정 절차 등을 거치면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리지만 이런 가능성이 불거진 것 자체가 부담이다. '쿠팡 사태'로 트럼프 행정부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49원에서 1444원으로 하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칠 조짐도 보인다. 미국이 그동안 징수한 관세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세관국경보호국이 트럼프 행정부 집권 2기 들어 부과한 관세액은 현재까지 1750억달러(약 254조원)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번 판결에 환급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미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꺼내든 관세가 적용 범위와 기간 측면에서 제한적이라는 것을 넘어 상호관세와 마찬가지로 법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법원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건 만큼 새 관세를 두고도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 의회 권력 재편이 달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에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