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70)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과거 두 차례 외도 사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는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피해자가 아니었으며 엡스타인의 범죄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생전의 엡스타인과 교류했던 걸로 드러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하버드대 교수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는 등 엡스타인 관련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게이츠는 24일(현지시간) 게이츠재단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엡스타인 관련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게이츠는 "과거 두 차례 외도가 있었다"면서 "한 명은 브리지(카드 게임) 대회에서 만난 러시아 브리지 선수고 다른 한 명은 사업상 알게 된 러시아의 핵물리학자"라며 "엡스타인 관련 피해 여성들과 시간을 보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과거 자신의 과학 고문이던 보리스 니콜리치가 엡스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엡스타인이 자신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WSJ은 게이츠가 러시아 출신 브리지 선수와 불륜을 저질렀으며 엡스타인이 이를 빌미로 협박한 정황이 있다고 2023년 보도한 바 있다. 엡스타인이 2013년 게이츠의 불륜 상대에게 코딩 교육비를 지원한 뒤 2017년에 게이츠에게 해당 비용의 상환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게이츠는 2011~2014년 사이에 엡스타인과 개인 항공기를 타고 미국 뉴욕,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인정했다. 엡스타인이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및 성착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후다. 그러나 게이츠는 엡스타인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진 않았다고 했다.
또 게이츠는 "그와 밤을 함께 보내지는 않았고 엡스타인의 섬을 방문한 적도 없다"면서 "피해자들이나 그의 주변에 있는 여성들과는 어떤 시간도 보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엡스타인 문건에서 여성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선 "엡스타인이 회의 직후 자신의 수행 비서들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찍은 사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게이츠는 "지금 와서 보니 그의 과거 범죄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분명히 부적절한 행동이 계속됐다는 점에서 상황이 말 그대로 백 배는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게이츠는 최근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공개된 문건에 이름이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앞서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엔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들과 성관계 후 성병에 감염됐고 이를 당시 아내였던 멀린다에게 숨기기 위해 항생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교수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교류한 사실이 드러난 뒤 각종 대외 활동을 접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서머스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학년이 끝나는 시점에 하버드 교수직에서 은퇴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작년 11월부터 휴직 중인 그는 "공식적인 책임에서 벗어나 명예 총장이자 은퇴 교수로서 앞으로 다양한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연구와 분석, 논평 활동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서 엡스타인에게 불륜과 관련해 조언을 구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엡스타인과 긴밀한 관계였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후 서머스는 "나의 행동을 깊이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며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각종 싱크탱크 활동을 접는 등 공개 활동을 줄여왔다. 미 경제학회는 지난해 12월 서머스를 영구 제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머스의 사임이 "학계·정계·금융계를 오가며 최고위 자리를 지켜온 인물의 극적인 추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머스는 28세에 하버드대 교수가 된 뒤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역임했다. 2001년엔 하버드대 총장에 올랐으나 "선천적 성별 차이 때문에 여성이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뒤 논란이 일면서 2006년 총장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