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 '사기 유죄' 항소심서 승소

정혜인 기자
2026.02.26 21:02

'국가안보법 위반' 20년 징역형은 유지

홍콩 빈과일보 창립자이자 민주화 운동가 지미 라이 /AFPBBNews=뉴스1

홍콩 언론 거물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지미 라이(78)가 부동산 임대 조건 위반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20년형을 선고받은 지 17일 만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국가안보법과 별건의 사안으로 그의 수감 생활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로이터통신·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홍콩 항소법원은 이날 빈과일보 창업자인 라이가 빈과일보 본사 내 사무공간을 20년 넘게 가족 측 컨설팅 회사로 운영해 부동산 임대 조건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범죄행위 요건이 증명되지 못했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법원의 판결에 따라 징역 5년9개월과 벌금 200만홍콩달러(약 3억6000만원)의 1심 선고는 무효가 됐다.

앞서 검찰은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 디지털이 홍콩 과학기술단지 공사(HKSTP)로부터 부지를 임대하면서 출판 및 인쇄 관련 용도로만 사용하겠다는 조건에도 해당 공간을 가족 회사인 디코 컨설턴트의 사무실로 사용하고, 이를 HKSTP에 고지하지 않아 최대 1억1000만홍콩달러에 달하는 토지할증료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선 이를 명백한 사기 행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회사 차원의 의무 위반을 임원 개인의 형사책임으로 귀속시키는 데 법적 한계가 있다며 검찰의 법리 적용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봤다. 임원의 위법 행위를 회사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는 있지만, 반대로 회사의 위법 행위를 임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1년 2월 호송 차량에 탑승 중인 지미 라이 /로이터=뉴스1

항소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라이의 복역 생활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앞서 징역 20년형이 선고된 국가안보법과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홍콩 법원은 지난 9일 라이가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인맥을 활용해 중국과 홍콩 정부를 압박하고, 빈과일보를 통해 선동적인 출판물을 제작하는 등 국가안보법을 위반했다며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징역 20년형은 2020년 7월1일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래 가장 무거운 형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가 2024년 받은 징역 10년형보다 2배나 길다.

라이의 딸 클레어는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홍콩 당국의 홍보 전략에 불과하다. 아버지는 여전히 부당하게 투옥되어 있고, 석방을 위한 긴급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아버지는 20년간 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의 국제 법률팀을 이끄는 케이실리언 갤러거 KC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번 항소 승소가 홍콩 사법 시스템이 공정하게 운영된다는 신호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라이가 건강 악화로 감옥에서 사망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라이는 12세에 중국에서 밀항해 홍콩에 도착했고, 이후 섬유 사업으로 부를 쌓았다. 의류업체 지오다노의 설립자기이기도 한 그는 1995년 빈과일보 창간 이후부터 홍콩 내 유명 민주화 운동가이자 중국공산당 비판론자로 부상했다. 그러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 홍콩 당국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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