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명소 오르다 엘베 갇힌 20명…"급강하했다" 공포의 330분

이은 기자
2026.02.26 22:17
일본 도쿄의 관광 명소인 스카이트리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승객들이 지상 30m 위에 5시간 넘게 갇히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갇혔다가 구조된 남성이 현지 언론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AFPBBNews=뉴스1

일본 도쿄의 관광 명소인 스카이트리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승객들이 지상 30m 위에 5시간 넘게 갇히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갇혔다가 구조된 남성이 현지 언론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26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이치현에 사는 신문배달원 A씨(33)는 여자친구(28)와 도쿄를 찾았다가 사고를 겪었다.

두 사람 모두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만, 스카이트리의 카페에 왔다가 이곳까지 온 김에 전망대 관람도 하기로 했다.

도쿄 야경을 즐긴 두 사람은 저녁 8시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 엘리베이터는 정원 40명 규모로, 바닥 면적은 사방 2.2m, 높이는 3m에 불과해 전체 공간은 약 5㎡(1.5평)였다. 사고 당시 엘리베이터엔 어린이 2명을 포함해 20명이 타고 있었고, 서로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비좁은 상태였다.

조용히 내려가던 엘리베이터는 거의 지상에 도착했다고 느낄 무렵 갑자기 멈추어 섰다. 곧 재가동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1시간이 지나도 움직임은 없었다.

A씨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일부 승객은 "급강하해서 무서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장 상태가 지속되자 엘리베이터 안에선 "화장실 다녀올걸"이라는 탄식이 이어졌고, 인터폰으로 외부와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승객들은 각자의 휴대전화로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승객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 대기했지만, 공간이 좁아 모두가 앉을 수는 없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2명은 불안감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승객들은 자리를 번갈아 양보하며 서로를 배려했고,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생수와 휴대용 화장실 등 비상 물품이 담긴 상자가 비치돼 있었다. 그러나 승객들은 물만 일부 나눠 마셨을 뿐 휴대용 화장실은 사용하지 않았다. A씨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여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은 벽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거나 서서 5시간 넘게 구조를 기다렸고, 다음날인 23일 오전 1시 44분쯤이 돼서야 구조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시 구조대원은 비상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어 "몸 상태는 괜찮냐" "아픈 데는 없느냐"고 물었다.

구조대는 바로 옆 엘리베이터를 같은 높이까지 이동시킨 뒤 사고 엘리베이터의 비상문을 열고 약 40㎝의 금속판을 놓아 승객들을 구조했다.

소방대원이 손을 잡고 "괜찮습니다. 한 걸음씩 앞을 보고 가세요"라고 안내했고, 승객들은 세 걸음 정도에 건넜다고 한다. 승객들은 사고 약 5시간 30분 만인 오전 2시쯤 전원 구조됐다.

엘리베이터 아래는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 높이에 대한 공포는 크지 않았지만, A씨는 지금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무섭다며 신문 배달 일을 할 때도 건물 5층까지 계단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스카이트리 운영사는 사고 이후 엘리베이터 점검을 위해 23~25일 임시 휴업하고 26일이 돼서야 운영을 재개했다.

사고 원인은 엘리베이터에 전력과 신호를 공급하는 이동 케이블의 피복이 벗겨지면서 내부 배선이 손상돼 접지(쇼트)가 발생한 것이었다. 이 케이블이 엘리베이터 하부의 진동을 억제하는 롤러 장치에 말려 들어가면서 피복이 벗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스카이트리는 2012년 완공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파탑(높이 634m)으로, 지상에서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로 50초 만에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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