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후폭풍…"전세계 '최악 식량위기' 온다" 경고음

양성희 기자
2026.03.07 06:02

이란 등 중동, 식량 수입 막히고 비료생산 차질 '이중 위기'

곡물 수입 참고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서 이란은 물론 전세계에 '최악의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뒤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전세계 선박의 발이 묶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짙어진 가운데 식량 위기도 또한 우려된다. 이번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란 등 중동 국가의 식량 수입 길이 막히고, 중동 지역의 비료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오만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사진=로이터
호르무즈 봉쇄는 자충수?…"이란 굶주릴 수도"

우선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의 자충수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지역으로 수입된 약 3000만톤의 곡물 중 약 1400만톤이 이란으로 향했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은 많은 양의 곡물과 유지종자(오일시드)를 수입하고 있는데 특히 옥수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분쇄해 식용유, 사료 등으로도 쓴다.

이 때문에 이미 살인적인 물가 상승으로 고통 받는 이란 국민이 식량 가격 인상으로 굶주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제 이란 당국은 식량난을 염두에 두고 모든 식량 수출을 무기한 금지한 동시에 국민에게 사재기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이란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중동 국가들도 식량 수입 의존도가 커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안 헨더슨 네덜란드 라이덴대 중동학·국제관계학 조교수는 "중동 지역에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즉각적인 위험 요소가 있다"며 "이들 국가들이 수입 식량에 극도로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곡물뿐 아니라 비료 수급도 막혔다. 이란발 식량 위기가 전세계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 공군기지가 파손된 모습. 미국 위성업체 밴터가 촬영한 사진./사진=AP(뉴시스)
"러-우 전쟁 때보다 심각한 전세계 식량 위기 온다"

이란 등 중동 지역은 세계 최대 비료 생산지 중 한 곳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핵심 운송로다. 원자재 시장분석업체 CRU에 따르면 전세계 요소 수출량 약 35%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질소 비료인 요소는 전세계 식량 생산의 약 절반을 뒷받침한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은 인산 비료 생산에 쓰이는 핵심 원료인 황의 전세계 수출량 45%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질소 비료 핵심 성분인 암모니아 상당량이 통과하는 곳이다.

실제 비료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급격히 상승했고 이미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원자재 분석업체 아르거스에 따르면 중동 지역 과립형 요소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1톤당 약 130달러(한화 약 20만원) 올랐다.

전세계 요소 해상 교역량 약 10%를 수출한 카타르에너지는 드론 공격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도 이중 압박이 되고 있다. 천연가스가 요소 생산의 핵심 원료로 쓰여서다.

세계 최대 비료업체 야라 인터내셔널의 스베인 토레 홀스더 최고경영자(CEO)는 "비료 생산 차질이 불러올 영향이 유가 상승에 대한 관심에 가려졌다"며 "전세계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크리스 로슨 CRU 비료부문 책임자는 이번 식량 위기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시 즉각적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했지만 러시아 수출이 계속되면서 진정됐다"며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물리적인 장벽이 있기에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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