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경제적 여파가 페트로달러 패권의 종말을 알리는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페트로달러란 석유(Petroleum)와 달러(Dollar)의 합성어로 원유시장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말한다.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전세계 대부분의 원유가 달러로 가격이 책정돼 결제되는 현재 시스템에 의해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도이치뱅크의 외환 전략가인 말리카 사츠데바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이란 분쟁을 계기로 원유 가격을 다른 통화로 책정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난다면 달러 지배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란 전쟁이 "페트로달러의 지배력 약화와 페트로위안의 시작"을 촉진하는 촉매로 기억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으로 원유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의 지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츠데바는 이란 전쟁 전에도 페트로달러의 헤게모니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었지만 전쟁 후에는 미국이 중동 산유국들의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도록 해온 합의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체제는 1974년 사우디 아라비아가 원유 가격을 달러로 책정하고 잉여 자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이 안전 보장과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와 유전, 인프라 등이 이란의 공격을 받으면서 미국의 안보 우산은 시험대에 올랐다. 사츠데바는 이런 상황이 걸프국들의 달러 보유를 잠재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촉매라고 봤다.
각국이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석유 등 비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사츠데바는 결과적으로 "방위와 에너지에서 자급자족이 충족될수록 각국의 달러 보유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달러의 대안은 무엇일까. 사츠데바는 이란이 일부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대신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를 전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대부분 추측 단계일 뿐이지만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있어서 중동 지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현재의 이란 분쟁이 페트로달러 체제를 뒤흔드는 퍼펙트 스톰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퍼펙트 스톰은 위력이 크지 않은 폭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겹치며 더 큰 폭풍으로 발전하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