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1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에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초대형 유조선 여러 대가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들은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등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 중인 이란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더 주목받는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등 초대형 유조선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초대형 유조선은 중국 선박 '코스펄레이크'(Cospearl Lake)와 '허 롱 하이'(He Rong Hai), 그리스 선박 '세리포스'(Serifos)다. 단 로이터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의 해운 데이터를 인용해 세리포스가 라이베리아 선박이라고 전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이들 선박은 각각 200만배럴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규모로 모두 이란이 아닌 다른 중동산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 다만 기존 항로가 아닌 최근 이란이 설정한 '호르무즈 통항 시험 정박'(Hormuz Passage trial anchorage) 항로를 이용해 라라크섬 인근 군사기지를 우회해 이동했다고 한다.
세리포스호는 지난 3월 초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선적한 원유를 싣고 있었고, 오는 21일 말레이시아 말라카항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세리포스호는 태국 국영 에너지 기업 PTT와 계약이 된 선박으로, 말레이시아가 이란 측에 해협 통과 허가를 요청한 7척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국 선박인 코스펄레이크와 허 롱 하이는 두 중국 에너지 대기업 시노펙의 무역 부문 계열사인 유니펙에 의해 용선 계약된 선박으로 각각 이라크산과 사우디산 원유를 싣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코스펄레이크호는 5월1일 중국 동부 저우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말레이시아 말라카로 향하는 그리스 선박(세리포스호)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중국 초대형 유조선 2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중단된 이후 이란산이 아닌 다른 석유의 최대 규모 반출"이라며 "이번 유조선 통과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 물량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몸바사 B,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I, 샬라마르 등 3척이 (중동산) 석유를 적재하기 위해 빈 유조선이 페르시아만으로 진입 중이다. 특히 몰타 선적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I'는 이라크 바스라산 원유를 베트남으로 운송하기 위해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초대형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추가 통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이후 유조선 통과가 재개된 것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통과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결렬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2일 이란과의 21시간 협상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미국의 '핵 포기' 요구를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핵, 호르무즈 해협 등 2~3개 항목에서의 이견으로 합의하지 못했다며 "미국이 이란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