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을 오가는 선박의 통항을 봉쇄한 가운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 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3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어떠한 압박이 있더라도 이란 전쟁에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개입 거부 의사를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 등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의 결정은 매우 명확하다"며 "어떤 압박이 있든, 그리고 상당한 압박이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쟁에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이란과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자 이란 항구와 해안 지역을 출입하는 모든 해상 교통을 봉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해협을 정리하는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토 동맹국의 도움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에 많은 국가들이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기뢰제거함을 파견하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나토 내에서 속속 전쟁 중 작전 개입 거절 의사를 밝히며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재차 드러났다.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도 13일 '채널 나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측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협조해 달라는 그 어떤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일방적인 방식으로 이를(봉쇄) 진행했으며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 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스페인의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국방장관도 같은날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해협 봉쇄가 "말도 안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편 영국과 프랑스는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다자간 협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X(엑스·옛 트위터)에서 "다국적 평화 임무에 기여할 의사가 있는 국가를 초청할 것"이라며 "이 방어적인 임무는 전쟁 당사자들과는 별개로 운영될 것이고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즉시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을 제외한 주요국들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항행을 위한 국제적 공조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소식통의 말을 인용, 해당 회의는 오는 16일 파리나 런던에서 약 30개국이 참여하는 가운데 열릴 것으로 관측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해당 이니셔티브는 분쟁이 끝난 후 해운을 보호하고 통항의 자유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