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걷는 자들도 참아 주겠다'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가 일반 참가자나 장애인 선수들을 배척한다는 역풍을 맞고 사과했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 등 보도에 따르면 나이키는 보스턴 마라톤을 나흘 앞뒀던 지난 16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뉴베리 스트리트에 위치한 자사 매장 쇼윈도에 홍보 문구를 설치했다.
문구는 빨간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달리는 자 환영. 걷는 자도 참아줌"(Runners welcome. Walkers tolerated.)이라고 적혀 있었다. 'Tolerated'라는 단어는 '용인한다' 혹은 '참아준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문구는 즉각 러닝 커뮤니티와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해당 문구에 체력적 한계나 부상, 장애 등으로 인해 뛰다 걷는 참가자들을 낮잡아보는 나이키의 '엘리트주의' 시각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러닝 인플루언서 앤디 글레이즈는 SNS(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 달리기 속도를 비난하지 말자"고 했고, 심장 질환이 있는 마라톤 참가자 니콜 호머린도 "달리기가 걷기보다 우월하다는 위계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러닝 코치 에이미 구글러는 "난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하는데 이 이유만으로 내 마라톤 가치가 떨어진다는 거냐"면서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을 해야지, 구성원들을 소외시키고 깎아내려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나이키는 하루 만에 "보스턴 마라톤 주간 러너들을 격려하기 위해 설치한 간판 중 하나가 의도에 어긋났다"며 문구를 철거하고 같은 자리에 '움직임이 중요하다'(Movement is what matters)는 새 문구를 넣었다.
BI는 "이번 마케팅 실책은 지금까지 나이키에게 필수적이고 희망적이었던 러닝 사업 영역에서 발생한 뼈아픈 실수"라고 분석했다. 나이키 주가는 1년 전보다 약 18% 하락한 반면, S&P 500 지수는 약 38% 상승했다.
세계 3대 마라톤 대회로 꼽히는 보스턴 마라톤은 지난 20일 열렸다. 약 3만명 참가자 중 케냐 출신 존 코리르(2시간1분52초)와 샤론 로케디(2시간18분51초)가 각각 남녀부 우승을 차지했다.